[마켓투데이]기업 실적, 오늘보다는 내일을 봐라

  • 입력 2009년 1월 31일 03시 10분


국내외 기업들의 지난 분기 실적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는 주가의 적정성을 따지는 주된 근거이니만큼 투자자의 관심이 큰 것은 당연하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미국발 금융위기와 세계경기의 본격적인 둔화 시점에서 처음 노출된 성적표여서 더욱 의미가 크다. 높은 원-달러 환율에도 불구하고 수출기업 실적이 크게 후퇴한 점이나 영업현금 흐름의 압박으로 차입비용이 증가한 점 등은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만약 세계경기 둔화가 지금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면 향후 실적 추정은 지속적인 오류를 범할 위험을 안고 있다. 1년이 모두 실적시즌인 가운데 그 진실게임에서 이기려면 냉정함을 갖고 다음 전략을 한번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 염두에 둘 점은 실적시즌에 우리가 주목할 것은 과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재 주가는 모두가 알고 있는 실적은 물론 다수가 공감하는 미래 실적까지도 일부 반영하고 있다. 핵심은 최근 실적이 당초 추정 궤도에서 얼마나 벗어나고 있으며 어떤 이유에서 틀리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피는 것이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그 빗나감의 정도와 추정된 오류의 정황에서 다가올 실적을 꿰뚫어 본다.

두 번째는 모두가 당연시 하는 전망은 믿지 말라는 것이다. 경기의 지각판 자체가 흔들릴 때는 실적전망이 단지 소극적으로만 조정되는 경향이 있다. 모두가 후사경을 보고 운전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예전의 잔상을 모두 지울 필요도 있다. 기업 관계자들도 늘 완벽한 전망을 제공해 줄 수는 없다. 그들이 자기 사업을 직관적으로 잘 전망한들 공개석상에서 그 추측을 밝히고 공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세 번째는 실적은 그 자체만으로는 존재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다. 주가가 진짜 다가올 실적 악재를 모두 반영하고도 남은 상태라면 그 다음은 실망스러운 실적발표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오를 것이다. 반대로 아무리 미래실적이 좋아져도 주가가 이미 그 이상으로 올라가 있다면 남은 것은 호재 노출과 더불어 주가가 빠지는 일뿐이다.

어쨌든 요즘같이 어디에 잣대를 대고 투자를 해야 할지 모르는 난세에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옳을 듯하다.

우선 정말 값이 싸 보이는 주식이 있는가, 혹시 그렇다면 그 근거가 되는 추정 실적은 모든 이가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나와 소수의 사람만이 알고 있는 것인가? 어제의 실적발표로 움직이는 현재의 주가에 집착하지 말고 오늘의 실적이 내포하는 내일의 실적전망에 초점을 두는 지혜가 더욱 절실한 때이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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