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빌미만 생기면 갈등과 증오 부추기는 세력들

  • 입력 2009년 1월 24일 02시 56분


‘제2의 촛불’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용산 참사’ 현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사고 당일 ‘이명박 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가 깃발을 내걸더니 어제까지 나흘째 촛불집회를 열었다. 대책위원회의 면면을 보면 지난해 ‘광우병 대책위’에서 활동했던 단체들 거의 그대로다. 민주당은 진압 최고책임자의 파면뿐 아니라 특검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민주당에 대해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더 강력한 투쟁을 주문했다.

빌미만 생기면 나라야 어찌 되든 대(對)정부 투쟁 전선(戰線)부터 형성하는 것이 이들의 주특기다. 진상 규명은 관심 밖인 듯하다. 입만 열면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을 위해 투쟁한다”고 열을 올리지만 속셈은 갈등과 증오를 확대해 자신들의 정파적, 집단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일 뿐이다.

DJ의 사주는 그가 한때나마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실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는 민주당 지도부와의 신년 하례에서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그렇게 당하니 참 가슴이 아프다”며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했다. 대통령 시절인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서해교전)으로 우리 해군 장병 6명이 북한군의 선제공격에 의해 희생됐을 때는 눈물은커녕 조문(弔問)조차 하지 않았던 그다.

DJ는 또 “내가 사형언도를 받고 감옥에 갔을 때 당시 독재자 편에 섰던 사람들이 득세하는 세상을 보면서 참 안타깝고 분한 마음이 든다”고도 했다. 대북(對北) 햇볕정책으로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다면 용서와 화해, 비폭력을 얘기해야 마땅할 텐데 30년이 다 된 사건을 들춰내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 그는 용산 참사를 민주당의 2, 3월 대여(對與) 투쟁과 4월 재·보궐선거로 연결시키라고 작전 지시까지 했다.

국가적 갈등상황에서 사회를 네 편, 내 편으로 갈라 내 편에 불리하면 무조건 비난하고 투쟁하는 것이 DJ가 말하는 민주주의인가. 사회 원로든 운동집단이든 중재와 설득, 대화와 타협을 통해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도록 도와야 할 것 아닌가. 끊임없이 전선을 만들어 대립과 갈등을 양산하는 사람들이 국민을 위한다는 말은 거짓이다. 국가는 타이타닉호처럼 ‘침몰하면 공멸(共滅)할 수밖에 없는’ 공동운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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