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염재호]집권 2년차 정치 복원을

  • 입력 2009년 1월 6일 03시 00분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고 인사하기보다는 위기의 2009년을 어떻게 극복할지를 걱정하며 새해를 맞았다. 국회는 극한적 갈등으로 파행의 모습만을 보여주고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에게 세계경제의 유례없는 침체는 국민 모두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이명박 대통령도 2일 아침 서둘러 신년 국정연설을 발표했다. 경제위기의 심각성으로 이 대통령은 2009년을 ‘비상경제정부’ 체제로 이끌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새해 아침 폭풍우 속에서 대한민국호라는 배를 출항하는 선장의 결연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정치적 리더십 통해 위기 넘어야

이명박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거친 국내외의 도전에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초기 청와대와 내각의 인선 과정에서 난항을 거듭했고 쇠고기 파동과 촛불시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촉발된 세계경제 위기 등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거친 파도 속에서 제대로 된 개혁 작업도 추진하지 못하고 1년을 보냈다. 이제 집권 2년을 맞아 21세기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한 변화와 개혁 작업을 추진해야 할 때이다. 올해도 국내외의 정치 경제적 상황은 만만치 않다. 이전과는 다른 고도의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만 이 높은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밝힌 올해의 국정방향은 절반 이상이 경제위기 극복에 할애되어 있다. 대부분은 서민경제와 중소기업, 청년실업 대책에 초점을 맞춰 대통령의 고민이 어디에 있는가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선진 일류국가를 만들기 위해 공기업 개혁과 교육 개혁 및 의식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래를 위해서는 녹색성장의 비전을 제시해 지난해 8·15 기념사에서 밝힌 내용을 재확인했다. 또한 외교와 안보에서는 의연하고 유연한 글로벌 외교와 남북관계 개선을 천명했다.

불신의 눈으로 보면 지난 1년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은 보수적 아마추어리즘과 경제정책 운영의 난맥상으로 보인다. 신뢰의 눈으로 보면 외환위기에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을 이끌어내는 한편 한중일 정상회담을 주도하고 경기부양을 위한 일련의 정책을 제시하여 국내외의 거친 폭풍우를 그래도 잘 헤쳐 새해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 신년사도 불신의 눈으로 보면 보수적 입장에서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으로 볼 수 있지만 신뢰의 눈으로 보면 서민경제를 걱정하며 위기에 서 있는 대한민국호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가 하는 대통령의 고민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중화학공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던 1970년대 말 제2차 석유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 위기를 기회로 산업구조를 정보기술(IT) 및 전자 등 첨단산업으로 바꾸어 경제의 부가가치를 높였다. 또한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맞아 기업지배구조를 혁신해 대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였다. 우리의 저력은 국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뛰어난 적응력이다. 이제 올해의 위기를 또 한 번 극복해서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국정 믿음 확고해야 정책 순항

대통령의 신년사를 보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신뢰의 회복으로 보인다. 아무리 대통령이 좋은 의지로 국정방향을 제시해도 믿음이 없으면 정책은 표류한다. 정권 교체로 인한 갈등이 더는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적 정권교체는 혁명이 아니다. 새로운 정권에 일단 신뢰를 보내고 다음 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기다리면 된다. 보수반동으로의 회귀를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는 생각도 문제고, 잃어버린 10년을 반드시 청산하겠다는 생각도 문제다. 경제양극화보다 더욱 심각해 보이는 정치양극화 현상을 빨리 극복하는 것이 올 한 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선결 과제로 보인다.

염재호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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