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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3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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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째 계속된 이스라엘의 공중 폭격으로 가자지구에는 벌써 300여 명이 죽고 민간인을 포함해 1000여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종교의 보금자리인 이슬람 사원과 하마스 문화의 자존심인 이슬람대학까지 폭격을 당했다. 유엔과 국제사회의 전쟁 중지 호소는 이번에도 무용지물이다.
이스라엘이 1967년 이후 강제점령하고 있던 가자지구에서 2005년 완전 철수하자 곧바로 하마스가 이 지역을 차지했다. 2006년 2월 총선에서 주민의 압도적인 지지로 제1정당이 되면서 하마스는 사실상 가자지구의 자치정부 역할을 해 왔다.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통해 자구책을 찾으려는 알 파타 정당의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수반과는 달리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무장 투쟁을 고집했다.
이스라엘도 분리장벽 설치에 이어 2007년 6월부터는 가자지구를 완전 봉쇄하는 고립정책을 폈다. 물과 전기는 물론 생필품까지도 철저히 통제하면서 주민 봉기를 유도해 하마스를 고사시킬 작정이었다. 하마스의 즉각 저항과 이스라엘의 가혹한 응징이 뒤따르자 올해 6월 양측은 가까스로 휴전에 합의했다.
그러나 가자지구에 대한 고립과 봉쇄는 풀리지 않고 있다. 비밀 땅굴을 통해 들여오는 물자로는 더 버틸 여력이 없었다. 주민의 불만과 고통도 극에 달했다. 생명선이 차단된 하마스의 최후 공격은 충분히 예견된 수순이었다.
이스라엘도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코앞에서 자신의 안보를 위협하는 강력한 적을 더는 방관할 수 없었을 게다. 2년 전 의기양양하게 레바논을 공격했으나 헤즈볼라에게 쫓기듯 철수한 굴욕도 되새겼을 것이다. 내년 2월 10일로 다가온 이스라엘 총선에서의 집권당의 표 모으기, 내년 1월 10일로 끝나는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의 임기 만료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둔 과도기 미국 행정부의 공백을 이용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 무고한 생명을 담보로 이 지겹고 혐오스러운 전쟁이 언제까지 극단주의자들의 정치적 도구가 되어야 하나.
유엔안보리가 이스라엘의 점령지로부터의 철수와 원상 복구를 여러 차례 결의해도, 국제사법재판소가 분리장벽을 허물라는 최종 판결을 내려도 이스라엘은 자국 안보를 내세우며 요지부동이다. 그리고 하마스가 약자로서의 현실적인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저항을 계속하는 한 이 평행선은 앞으로 또 60년을 달려갈지 모른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암울한 지구촌은 팔레스타인 전쟁으로 다시 한 번 어두운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결국 중동 분쟁의 가장 큰 딜레마는 공정한 중재자가 없다는 사실이다. 세계의 경찰 미국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있어서만은 무조건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 수밖에 없고, 하마스를 설득할 영향력 있는 중재자도 현재로서는 찾기 힘들다. 두 당사자를 테이블에 마주 앉혀 평화협정에만 서명해도 이미 여러 개의 노벨 평화상을 받았던 복잡한 중동문제를 누가 풀 것인가? 이것은 미국의 공정한 역할 기대와 함께 인류 전체의 진지한 고뇌와 합심이 필요한 과제이다.
이희수 한양대 교수 한국중동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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