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유병규]‘신데렐라 맨’처럼 일어서자

  • 입력 2008년 12월 26일 02시 57분


무자년 2008년이 저물어 간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이 아쉽고 무겁기만 하다. 묵은해에 기쁜 일이 많아서도 아니요, 덧없는 시간에 대한 애착 때문도 아니다. 다가오는 기축년 2009년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경기 불황을 겪을 것으로 예고되는 까닭이다.

올해 10월 3%대에서 시작한 새해 국내 경제성장 전망치는 두 달도 못 돼 1%대로 내려앉았고 마이너스 성장까지 거론된다. 평균 성장률이 1%대라는 것은 국내 경제의 내수와 외수 대부분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새해 1년 동안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혹독한 영하 상태가 계속된다는 말이다.

극심한 경기 침체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이는 청년에 이어 중장년 실업을 이 사회에 넘치게 한다. 가정을 부양해야 하는 청장년이 모두 길거리에 내몰리면 정치사회적 불안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게 뻔하다.

앞으로 닥칠 한국 경제사회의 모습이 너무 끔찍하지만 새해는 그래도 희망을 갖고 맞아야 한다. 이 세상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가끔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내외에서 추진되는 전대미문의 경제 살리기 대책이 새해 기적을 바라게 하는 첫 번째 희망 요소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세계 주요국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막대한 공적 자금 이외에 적게는 국내총생산의 2%, 많게는 10%까지를 경기부양용 재정지출로 쏟아 부을 계획이다. 한국도 더욱 과감한 재정 지출이 요구된다.

내년경제, 외환위기후 최대불황

사실 지금은 경제 전망이 별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세계 금융 시스템이 마비되어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합리적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새해 경제성장의 향방은 전적으로 시장 기능과 경제를 회생시키려는 전 세계적인 경제정책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경험도 새해 경제 난국을 어느 나라보다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과거 사례를 토대로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정보기술(IT) 투자 붐처럼 녹색기술(GT) 분야와 같은 신산업에 대한 투자 열기를 재연한다면 한국 경제는 불황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된다. 위기 앞에서 오히려 단합하여 문제 해결 방안에 모두 함께 뛰어드는 국민 열정에 대한 신뢰가 우리 사회에 살아있는 점도 외환위기를 통해 한국 경제가 얻은 소중한 무형 자산이다.

새해에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할 또 다른 이유는 국내 기업의 창조력과 도전 정신에 입각한 뛰어난 위기 돌파력에 있다. 우리 기업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조선소와 제철소를 건설하여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1970년대 석유 위기 때는 중동 사막을 개척하고, 외환위기 때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수출을 사상 최대로 늘려 한국 경제의 성장과 부활을 선도했다. 이번에도 한국의 조선, 자동차, 반도체, IT 산업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과 위기 적응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의 파고를 너끈히 헤쳐 나갈 것이다.

결연한 의지 속에 마음을 한데 모으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 역시 기축년에도 희망의 끈을 절대 놓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깨우쳐 준다. 지금과 유사한 1930년의 대공황기에 한물간 지역 챔피언이 생존의 위기 속에서 세계챔피언으로 탄생하는 실화를 다룬 영화 ‘신데렐라 맨’을 보면 희망과 열정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마음에 느낄 수 있다.

절박한 의지 있으면 악조건 극복

한때 무자격 선수로 전락했던 제임스 브래독은 사랑하는 가족을 살리려는 절박한 승리의 의지, 승자의 꿈과 확신을 심어주는 지혜롭고 사려 깊은 매니저, 자신의 소망을 대신 실현해 주리라 믿으며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주변 이웃의 힘으로 살인 펀치인 전 챔피언을 꺾고 새 챔피언으로 등극하며 ‘신데렐라 맨’이 됐다.

사생결단의 각오로 우리 기업이 사업에 임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근로자가 뜻을 합하면 국내 경제는 새해 악조건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100년 만에 온다는 세기적 경기 침체 속에서도 2009년에는 한국 경제가 경제 기적을 일으키는 ‘신데렐라 경제’로 부상하길 간절히 소망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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