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촌 또 하나의 아픈 현실 ‘祖孫 가정’

  • 입력 2008년 12월 23일 03시 07분


인구감소로 폐교위기에 몰린 농어촌 학교에 요사이 새로운 얼굴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부모의 이혼 실직 가출 사망 등으로 시골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맡겨진 손자 손녀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조부모와 그 손자 손녀로 구성된 조손(祖孫) 가정은 2005년 5만8101가구에 19만6076명에 이른다. 10년 전인 1995년 3만5194가구에 비해 65% 증가했다. 경제위기가 깊어지면서 농어촌의 조손 가정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조손 가정은 가족해체와 경제난에 따른 경우가 많다. 조부모가 손자 손녀를 기르는 것이 남의 손에 맡기는 것보다 낫다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거나 쇠약한 노인들에게 손자 손녀 돌보기는 육체적 경제적으로 버겁기 이를 데 없다. 지난해 12월 여성부가 발표한 ‘조손가족 실태조사 및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손자 손녀를 돌보는 조부모 연령대가 70대 이상인 경우가 48%로 가장 많았다. 월평균 가구소득은 70만 원이었는데 그나마 농어촌지역은 57만 원에 그쳤다.

한창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 할 아이들이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거나 거꾸로 조부모의 건강과 가정형편을 챙겨야 할 형편이다. 조부모 대다수(80%)가 초등졸 이하의 학력으로 손자 손녀들의 학습을 도와줄 수 없어 아이들은 학업에서 뒤처지고 학교에도 자주 결석한다. 농어촌 학교의 부적응 학생 중에는 조손 가정의 아이가 많지만 가정에서 적절하게 생활지도를 해줄 어른이 없어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한다. 아파도 병원에 가기 힘들고 따돌림이나 성폭행 같은 범죄에도 빈번하게 노출된다.

정부와 지역사회가 조손 가정에 실질적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현재는 정부가 국민기초생활수급자만 지원하고 있다. 조손 가정의 90%는 서류상으로 아이들의 부모가 경제력이 있는 것으로 돼 있다. 늙고 가난한 조부모 밑에서 자라는 손자 손녀 전체로 지원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효율적인 지원을 위한 별도 입법도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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