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작지만 큰’ KAIST의 힘

  • 입력 2008년 11월 7일 02시 58분


서남표 KAIST 총장은 2006년 취임 이후 테뉴어(정년보장) 심사 강화, 학부 전 과목 영어강의, 성적 미달자 장학금 퇴출, 입시 때 인성면접 실시 같은 개혁 조치로 대학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서 총장은 어제 언론인들과 가진 토론에서 “지난해 테뉴어 심사에서 교수들을 다수 탈락시킬 당시 KAIST 내부의 저항은 반란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교수들이 “탈락한 교수들은 다른 직장을 잡을 수 없다”며 반발했지만 그는 “그렇다면 잘못된 교육으로 학생들을 희생시켜도 좋으냐”며 굽히지 않았다. 이후 서울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이 테뉴어 심사를 강화했다. 이제는 테뉴어 심사를 느슨하게 관리하는 대학은 이류 삼류로 비칠 정도가 됐다.

KAIST는 2008학년도 입시부터 1차 서류전형을 거쳐 인성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했다. 2009학년도 신입생에 대해서도 교수 100여 명이 학생 1500여 명을 하루 종일 면접하는 방식으로 창의력 사회성 독립성 등을 평가했다. 서 총장은 “대학수학능력시험 2, 3점 차로 합격 불합격을 가리는 대학입시는 필연적으로 사교육을 조장한다”며 “최소한 KAIST에 지원하는 학생은 사교육을 받아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교육이 도움이 되지 않는 입시제도가 다른 대학으로 확산된다면 사교육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KAIST가 이런 입시제도를 채택할 수 있었던 것도 작년까지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전형하는 특수대학이었기 때문이다. KAIST는 학부 신입생이 700명밖에 안 되지만 영국 ‘더 타임스’지(紙)가 평가한 세계대학 랭킹에서 2006년 190위, 작년 132위, 올해 95위로 계속 상승세다. KAIST는 작은 대학이지만 그 개혁의 힘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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