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10월 30일 03시 0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2004년 박 대표 1억 건네… “순교자 묘역 조성에 쓰여”
산업폐기물 처리업체인 부산자원의 특혜 대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견인인 송기인(70) 신부가 등장했다.
28일 구속된 이용재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의 혐의 사실에 부산자원이 대출받도록 도와주는 과정에서 제일상호저축은행의 유모 회장에게 “부산자원 박우식 대표는 정치적으로 힘 있는 사람을 많이 알고 있고, 송 신부의 ‘아들’로 대단한 사람이다”라고 소개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
이 전 대변인은 부산자원이 제일상호저축은행에서 440억여 원을 대출받도록 도와주고 20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박 대표 관련 계좌를 추적하던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우병우)는 최근 박 대표가 송 신부 측에 2004년 3, 4월경 1억 원을 건넨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과 박 대표, 송 신부 등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03∼2004년 부산YMCA 위원장을 지낸 박상도 전 부산자원 대표에게서 송 신부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박 대표가 송 신부를 만나기를 원해서 첫 면담이 이뤄졌다는 것.
박 대표는 송 신부에게 “천주교 관련 재단에 의료봉사와 무료급식을 위해 매달 수백만 원씩 기부하고 있다. 천주교 쪽에 지인도 많다”며 호감을 산 뒤 곧 송 신부를 ‘양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가끔 과일 바구니를 들고 송 신부를 찾아가기도 했다. 박 대표는 그해 3, 4월 송 신부 측에 5000만 원씩 두 차례에 걸쳐 계좌로 모두 1억 원을 송금했다.
송 신부는 박 대표가 건넨 돈을 부산교구와 상의한 뒤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용전리의 천주교 순교자인 김범우 묘역 등을 조성하는 데 쓴 것으로 전해졌다. 송 신부는 당시 천주교 부산교구의 순교자를 발굴해 성역화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로부터 약 4개월이 흐른 2004년 7월 박 대표는 한국토지공사와 수의계약해 부산 녹산산업단지 내 20만4581m²의 터를 239억 원에 확보했다.
검찰은 박 대표가 송 신부에게 건넨 돈이 부산자원이 추진한 사업이나 대출과 관련성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표가 부산자원 사업을 시작하기 4개월 전에 송 신부에게 돈을 건넸고, 송 신부가 청탁을 받은 구체적 정황이 나타난 게 없어 아직은 특별한 혐의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부산지검도 2005∼2006년 박 대표가 송 신부에게 돈을 건넨 사실을 파악했지만 송 신부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만 확인했다. 송 신부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게서 “박 대표를 조심하라”는 취지의 얘기를 들은 뒤 박 대표와의 인연을 끊었다고 한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