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경제위기에 낡은 투쟁방식 바꿀 수 없나

  • 입력 2008년 10월 9일 02시 59분


제2의 외환위기라는 말이 나올 만큼 경제상황이 악화하고 있는데도 명색이 제1야당인 민주당의 관심은 오직 정치투쟁에만 있는 듯하다. 투쟁방식도 저열(低劣)하기 짝이 없다. 민주당은 9월 한 달 동안 상금까지 내걸고 ‘정부 공격 용어’를 공모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퍼주기’ ‘좌파 정권’ ‘세금 폭탄’이라는 말 때문에 당했으니 이제 같은 방식으로 말 폭탄을 되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당직자 월례조회에서 “정권만 규정하지 말고 세금 폭탄, 대북 퍼주기, 코드 인사처럼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서도 이름을 지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여당을 비판할 일이 있으면 논리와 정책으로 하면 된다. 국민의 관심을 끌기 위해 때로는 반대논리와 정책에 정치적 수사(修辭)를 입힐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의 행태는 그런 상궤(常軌)를 넘어섰다. 이치에 맞든 안 맞든 무조건 물어뜯고 보자는 식이다. 그러니 제 얼굴의 검댕이 보일 리 없다.

사이버 모욕죄 및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반대논리만 해도 그렇다. 천정배 최문순 의원 등 민주당 문화체육방송위 위원 8명은 6일 성명을 내고 “인터넷 실명제는 중국을 제외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주요국은 실시하지 않는 것”이라며 “정부에 비판적인 여론 주도자들을 신속하게 색출해 처벌하기 위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민주당 홈페이지는 실명제로 운영하면서 “깨끗하고 밝은 인터넷 문화를 정착시키고 작성자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자당 홈페이지는 실명이 아니면 글을 못 쓰게 하고, 인격 살인에 해당하는 인터넷 악플은 익명제(匿名制)로 놓아두자는 발상이다. 사이버 모욕죄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신설을 검토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정세균 대표는 보름 전 이명박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미국발 금융위기와 경제 살리기에 초당적으로 협력한다’고 합의했다. “잘못된 것은 투쟁하겠지만 협조할 것은 협조하겠다”며 새로운 야당 건설도 천명했다. 정 대표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당내 일각의 ‘수구 좌파’들의 압력에 밀려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면 국민은 민주당을 다시 외면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