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교실]그린스펀은 다섯살 때 주식을 배웠다

  • 입력 2008년 9월 24일 03시 06분


《“청소년기의 기초 금융교육은 성인이 된 뒤 잘못된 판단을 저지르지 않도록 도와준다. 수학 교육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금융·투자 교육이다.”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한국의 한국은행 총재에 해당)을 다섯 번이나 지낸 앨런 그린스펀이 한 말입니다.》

그린스펀이 이렇게 청소년 금융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는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린스펀은 증권회사에서 일하는 아버지에게서 어릴 때부터 금융 교육을 철저히 받았습니다. 그린스펀이 다섯 살 때부터 그의 아버지는 어린 아들을 증권회사로 데려가 주식과 채권이 무엇인지, 증권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자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자세히 가르쳤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의 이런 경험이 그가 세계적인 금융전문가로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됐다는 것이죠. 그린스펀의 부모뿐 아니라 대부분의 미국 가정에서는 자녀들에게 어릴 적부터 금융 교육을 철저히 시킨다고 합니다.

미국은 일선 학교에서도 금융·투자 관련 교육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돈이 무엇이며 어떻게 써야 하는가”와 같은 금융의 기본개념을 가르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사이에는 ‘기업과 증권시장에 대한 학습’을 시작합니다. 고등학교에서는 ‘수익은 어떻게 올리는가, 이에 따르는 위험은 무엇이며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등에 대해서도 가르칩니다.

이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교육 단체들도 일반 가정 및 퇴직자 주부 소수민족 장애인 알코올의존증자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금융·투자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 한국에서도 최근 청소년 금융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2003년부터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카드대란 등을 경험하고, 각계각층에서 금융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한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문제는 금융 교육이 자리를 잡아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2012년이나 돼야 중고교 교과서에 금융·투자 관련 내용이 실리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각종 사회단체에서 하고 있는 금융 교육도 아직은 내용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홍보성 교육에 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부모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는, 가정에서의 금융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에만 목을 매고 있는 우리나라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금융 교육에도 더 큰 관심을 가져주셔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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