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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9월 2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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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전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이 있고 한국말이 유창한 그는 대학 졸업 후 1975년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외교관이 된 후에는 1984∼1989년 서울과 부산에서 근무한 대표적 한국통이다.
영어교사로 출발한 30년 한국통
한미 수교 125년, 대한민국 건국 60년을 맞는 이 시점에서 새 주한 미국대사에게 거는 관심과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요, 우방인 미국을 대표하는 동시에 한국 사정을 소상하게 미국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주한 미군사령관과의 협조 아래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한국 정부와 긴밀히 조율하는 책임도 진다. 특히 11월 미 대선 이후 내년에 들어설 새 행정부와의 한미 정책 공조를 담당할 책임이 막중하다.
물론 한국을 잘 안다고 해서 모든 양국 관계가 순조롭거나 한국에 유리하리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그러나 스티븐스 대사의 부임은 더욱 성숙한 단계로 나가야 할 전환기에 선 양국관계 정립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6·25전쟁 이후 혈맹으로 정의되던 양국 관계는 1990년대 냉전 종식과 한국의 민주화를 거치면서 적지 않은 갈등을 경험했다. 북핵 위기 때 드러난 양국 정부의 미묘한 입장차, 2002년 미군 관련 여중생 사망사고 촛불시위, 최근의 광우병 사태 등은 많은 이로 하여금 한미 관계의 전망을 우려하게 했다.
더욱이 양국은 2000년대 들어 9·11테러와 2차 북핵 위기 등을 겪으면서, 주한 미군 재조정과 전시작전권 전환, 6자회담과 남북문제, 대테러전쟁과 중국의 부상,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적 금융위기 등 시급하고도 근본적인 현안을 한꺼번에 다뤄야 하는 중대한 도전을 맞고 있다.
당면한 문제의 심각성으로 미뤄 양국 간 어느 정도의 불협화음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상당 부분은 문화적 차이나 오해의 소지를 간과한 정책 담당자 간 적절한 의사소통의 부재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특히 이전의 일방적인 관계에 익숙한 미국 관계자들이 급속히 성장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와 이해관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점이 우리로선 아쉽다. 한미 간 의사소통을 최전방에서 책임지는 미국대사의 역할이 새삼 강조되는 이유이다.
스티븐스 대사는 각계각층의 사람을 폭넓게 만나 다양한 한국 사회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또 적극적으로 미국의 진심을 전달할 의무가 있다. 이전 대사들도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 일반 국민에게 미국대사는 왠지 어려운 존재로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사회 경험이 소통의 자산으로
사실 9·11테러는 미국이 그동안 전 세계의 여론과 상황에 얼마나 무지했는지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미국 정부는 세계 각지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미국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외교관들이 대사관의 높은 울타리를 벗어나 현지 일반인과 함께 섞여 살면서 직접 소통하는 ‘변환외교’를 강조한다.
1970년대 한국의 경제발전과 1980년대 민주화의 격동기를 함께 겪은 스티븐스 대사는 그 어느 미국 외교관보다 한국 사회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지식과 경험을 가졌다. 앞으로 4년 동안 임기를 같이할 한국의 이명박 정부에 그야말로 양국의 가치를 함께 공유, 발전시켜갈 수 있는 좋은 파트너 역할을 해 주기 바란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30년이 지나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푸근한 누님 혹은 언니 같은 모습으로 한국민들에게 다가올 심은경 대사를 기대해 본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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