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뛰는 지방자치]<13>세계문화유산에 빛나는 경기

  • 입력 2008년 9월 18일 02시 59분


깨어나는 화성… 年 1000만명 ‘관광 경기’ 이끈다

《조선 정조 시대에 축성(築城·1794∼1796)된 경기 수원시 화성(華城)이 오랜 기간 복원공사를 통해 제 모습을 찾고 있다. 수원시는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이 되살아나기 시작함에 따라, 이 일대를 전통과 역사를 테마로 한 국내 최고 관광상품으로 육성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고 나섰다. 낡고 무너져 가던 성곽과 건물을 되살려, 1000만 명이 찾는 경기지역 대표 관광상품으로 키워 내겠다는 것이다.》

109개 시설물중 70개 복원… 서서히 위용 되찾아

역사 테마에 행궁수문장 교대식등 볼거리도 풍성

완전 정비까지 1조6000억 필요… 국가적 지원을

○ 되살아나는 화성

총연장 5.7km의 화성은 왕이 행차해 머물던 행궁(行宮)을 포함해 모두 109개의 누각과 건물이 있었으나 일제의 문화말살 정책과 6·25전쟁 등을 겪으며 많은 시설이 훼손됐다.

그때그때 복원 및 보강공사가 이뤄졌지만 화성의 원형을 완벽히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화성에 대한 종합정비계획이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세계문화유산 지정 2년 뒤인 1999년.

화성을 수도권 관광 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2020년까지 여의도(2.95km²)의 76%에 해당하는 2.24km²의 면적에 총사업비 2조 원을 투자하는 매머드급 프로젝트였다.

2000년대 들어 속속 제 모습을 찾아가던 화성은 최근에 와서야 109개 시설 중 70개를 복원하며 그 위용을 다시 드러내기 시작했다.

수원시 도심 한복판에서는 요즘 화성 행궁 앞 광장공사가 한창이다.

이달 말에 선보일 2만2331m²의 이 광장은 원래 행궁터에 포함돼 있었지만 일제에 의해 병원, 경찰서 등이 지어져 최근까지 사용돼 왔다.

수원시는 앞으로 이 광장을 각종 문화기능을 갖춘 화성의 중심 마당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행궁 정문 앞 130m에 국왕이 행차하던 어도(御道)가 만들어지며, 인근에는 6·25전쟁 때 사라진 종각(鐘閣)도 만들어 10월 화성 문화제 기간에 타종식을 열기로 했다.

종각이 완성되면 종로라는 이름의 이 일대 거리는 원래 취지를 회복하게 된다. 성(城)의 수호신을 모시던 사당인 성신사(城神祠)의 복원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 배우며 즐기며

성곽과 그 주변이 제 모습을 찾으면서 화성은 경기도를 찾는 내외국인 관광객들에겐 필수 코스로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해 화성의 행궁을 찾은 관광객은 59만여 명. 올해는 벌써 84만여 명이 다녀갔다. 화성 성곽을 찾은 관람객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행궁을 중심으로 한 화성 관람코스는 소요 시간별로 4가지 코스로 구분된다.

행궁을 둘러보거나, 화성을 일주하는 미니열차를 타는 1시간짜리 코스와, 행궁에서 가까운 화서문·방화수류정 등에 다녀오는 1시간 30분짜리 코스, 성곽을 따라 장안문·연무대 등을 둘러보는 2시간짜리 코스, 5.7km 성곽을 순례하는 3시간짜리 코스 등이다.

매주 일요일엔 행궁 정문에서 수문장 교대 의식을 비롯한 장용영 수위의식이 벌어지고,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에는 역시 행궁 정문에서 조선시대 전통무술인 무예 24기 공연이 펼쳐진다. 화성 행궁 홈페이지(hs.suwon.ne.kr)에 자세한 안내가 나와 있다.

○ 제대로 키우려면

화성의 완전한 복원과 관광상품화를 위해서는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109개에 이르는 화성의 시설물 가운데 39개는 되살리지 못했고, 완전한 정비를 위해서는 앞으로 1조6000억 원이라는 큰돈이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

화성 일대 전역을 온전한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구도심 정비 등의 사업에 엄청난 보상비와 공사비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예산 사정상 매년 300억 원 정도를 투입해도 50년 이상이 걸린다는 얘기다.

1999년부터 소요된 4000억 원의 예산도 수원시가 3100억 원을 지원했다. 수원시로서는 국비 및 도비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역 정치권에서도 수원 화성 정비에 국가적 투자가 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 출신인 한나라당 남경필(수원 팔달) 의원 등은 현재 ‘수원화성국책사업화를 위한 수원화성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김용서 수원시장은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사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가치가 있는 화성의 정비에 국가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 “수원 화성 축조는 조선시대 뉴딜 정책” ▼

엄청난 규모로 경제 활성화

미래엔 수도권 관광 허브로

수원 화성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화성은 돈”이라고 말한다.

축조 당시에는 엄청난 규모의 토목공사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됐다. 미래에는 수도권의 중심 관광지로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역사적으로나 미래 산업의 측면으로 봐도 화성은 ‘고부가가치 상품’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수원시 학예연구사 이달호 박사는 최근 수원 화성을 경제적 관점에서 연구한 ‘18세기 상품화폐경제의 발달과 화성건설’이라는 책을 통해 상세한 역사적 근거를 제시했다.

이 박사는 “화성이 2년 9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완공될 수 있었던 것은 자재와 인건비 등을 모두 현찰로 지급했기 때문”이라며 “조선 중기까지 일반화됐던 강제 부역이나 물자 징발 등이 아닌 시장경제 원리가 공기(工期)를 단축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화성에 축조된 순수 공사비는 총 89만 냥. 물가 차이로 인해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당시 인부들의 일당이 2전5푼(0.25냥)이었음을 감안하면 356만 명에게 일당을 줄 수 있는 규모였다.

당시 공사에 동원된 인력은 연인원 35만 명. 당시 조선의 인구가 760만 명이었으니 전체 인구의 4.6% 규모가 참여를 한 것이다.

이처럼 많은 예산과 인력으로 생긴 파생적인 경제효과까지 따지면 화성은 당시 매머드급 뉴딜 정책이었던 셈이다.

화성은 향후 관광 수익 창출의 주요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까지 화성의 핵심 관람시설인 행궁을 찾은 인원은 84만8173명(외국인 20∼30% 추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9만1581명에 비해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달까지 행궁 입장 수익(성인 기준 1500원)은 7억6425만 원에 이른다.

수원시는 현재 화성에서 기대되는 관광 수익을 분석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 “복원대상 중 가장 의미있는 것은 종각” ▼

화성복원 자문역 김준혁 박사

“상왕의 도시 조성 위상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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