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진영]정권교체 여망 되새길 때

  • 입력 2008년 8월 26일 03시 01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다. 5년 임기의 10분의 1이 지난 셈이다. 지난 6개월간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매우 낮다. 이 대통령을 대선에서 지지했던 사람 중에서도 상당수가 지지를 철회했다. 참여정부 5년간의 이념 편중과 무능력에 염증을 느낀 많은 국민이 정권교체를 통해 기대했던 많은 점이 물거품이 되는 듯한 안타까운 시간이었다.

남은 임기 4년6개월 해야 할 일

그러나 대통령 임기는 아직 10분의 9나 남아 있고 대한민국 선진화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역사적 기로에서 이명박 정부가 할 일이 참으로 많고 중요하다. 새롭게 출발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6개월간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으면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올림픽의 기쁨과 감동으로 하나 된 국민적 에너지를 선진화의 길로 결집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성공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세 가지를 주문하고자 한다.

첫째, 국민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국민과의 소통 실패는 대통령 스스로 인정했다. 많은 사람이 지적하는 문제점이다. 예로부터 민심이 천심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국민과의 소통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도 많이 만나고 현장도 많이 방문하고 언론을 통한 뉴스도 꼼꼼히 챙기고 인터넷 여론도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과 고위 인사가 국민의 생활 속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국정과제를 파악하고 정책을 처방하려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 인사가 중요하고, 이념이 아니라 실용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포퓰리스트가 되라는 얘기가 아니다. 나라가 잘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면 국민을 설득하고 소신 있게 일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리더가 자신감을 상실하고 흔들리면 국민은 더욱 불안해한다.

둘째, 여권 내부에 팀워크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와 여당이 각기 제 살길을 찾으면 아무도 살 수 없다. 대통령은 여당과 정부가 당연히 자신을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인간 세상의 작동원리는 그렇지가 않다. 각자 자기 이익을 우선시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을 잘 끌고 가려면 호흡을 맞추면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책임 있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두고 활발히 상의하되 말을 많이 하거나 직접 결정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고 개입하면 그들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고 책임도 대통령에게 미룰 것이다. 오히려 그들을 믿고 온갖 비난과 모함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

셋째,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한다. 대외환경이 상당히 어렵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성장잠재력이 크게 둔화됐다. 국민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남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러다가는 자신도 망한다.

대통령은 경제살리기 전념을

이 대통령에게 부과된 역사적 과제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경제 살리기가 가장 중요하다. 이 대통령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문제에 집중하라. 다른 문제는 모두 장관과 수석비서관에게 맡긴다고 생각해도 좋다. 설사 그런 문제를 챙긴다고 해도 마치 그러지 않는 듯이 행동하라. 그래야 국민에게 메시지가 분명히 전달된다. 경제 살리기에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하자면 관심을 흩뜨리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부터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다수 국민은 아직도 이 대통령이 잘할 것으로 기대한다. 아니 잘해 주기를 바라고 있고 잘하면 지지할 의향을 갖고 있다. 국민의 여망을 받들어 4년 6개월의 남은 임기를 위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면 지난 6개월은 오히려 다행스러운 시간으로 여겨질 것이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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