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방기열]기름 아끼기, 민간도 적극 나서자

  • 입력 2008년 7월 9일 03시 01분


최근 국제유가는 타이트한 수급상황과 함께 달러화 약세, 투기수요 증가, 중동 정세 불안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수급상황이 다소 개선되고, 달러화 약세의 진정 등으로 국제유가는 다소 하락할 수도 있으나 근본적인 수급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어서 불안요인들은 계속 잠재되어 있다. 일부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런 국제유가 불안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해외 시장에서 뚜렷한 대응책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 우선적인 대응책이다. 에너지 절약이 바로 에너지 생산이며, 더구나 같은 양이라 해도 에너지 절감은 에너지 생산에 비해 온실가스 유발 등 환경비용을 경감하는 편익도 추가로 얻는다.

작년 원유 도입가격이 배럴당 69달러였을 때 우리나라의 에너지수입액은 950억 달러였다. 이는 반도체, 자동차를 수출하고도 거의 200억 달러나 더 지출하는 규모이다. 현재의 유가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에너지수입액은 1200억∼1300억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10%의 에너지를 절약하면 현재 예상되는 올해 국제수지 적자상황을 반전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에도 우리의 에너지 절약 행태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올해 5월까지 석유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3.5% 줄었지만, 이는 경기침체에 의한 산업용 납사(나프타)와 중유가 감소세를 주도한 것이고, 오히려 휘발유는 1.2%, 등유는 13.9% 증가했으며 전력수요도 7.3% 늘어났다.

정부는 6일 유가 150달러 단계에서 예정된 위기관리계획을 앞당겨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현재와 같은 유가 급등의 상황에서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서둘러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대책으로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등 총 819개 공공기관에서는 승용차 홀짝제, 관용차 운행 30% 감축, 실내온도 및 승강기, 조명시설 이용 제한 등 강제적 에너지절약 조치들이 시행되지만 민간부문은 자발적 참여만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에너지소비량은 전체 우리나라 에너지소비량의 3.7%에 불과해 공공부문의 절약만으로 현재의 유가불안을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질적으로 에너지 소비 절감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중에서도 우선 에너지소비량의 57%를 차지하는 산업부문에서 에너지가 절감될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산업계는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에너지원단위를 2012년까지 15% 개선하기로 하고 다양한 에너지 절감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의 노력이 성공한다고 해도 전체 에너지의 약 40%를 소비하는 수송과 상업, 가정 부문에서 에너지 절약을 하지 않는다면 에너지 절약은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만다.

이번 정부의 절약대책에서 민간부문은 원유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강제적인 조치로 전환할 방침이다. 에너지의 97%를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정부의 강제 조치와 무관하게 에너지 절약이 생활 속에 관습화돼야 한다. 그동안 경제성장과 소득향상으로 승용차도 대형화하고 여름철 에어컨 수요도 급증하는 등 에너지 과소비의 생활구조가 확산돼 왔다. 심지어 일부 상가에서는 여름철에 긴소매 옷을 입고도 추위를 느낄 정도다. 최근의 유가 급등이 제3차 석유위기로 전개될 수도 있는 현 시점에서도 아직 우리는 이런 생활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유가시대로 접어든 이때, 민간부문에서도 자발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에너지 절약은 고유가시대를 극복하는 지혜이며, 부존자원이 없는 국가에서 행해야 할 국민의 의무이기도 한 것이다.

방기열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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