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신용카드사의 경쟁자는 IT업계”

  • 입력 2008년 7월 5일 03시 03분


신용카드사의 경쟁자는 누구일까요.

대부분이 ‘다른 신용카드사’라고 답할 겁니다. 실제로 최근 신용카드 업계에서는 무이자 할부를 늘리고 고액의 경품을 주는 등 과당 경쟁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형덕 비씨카드 사장은 3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용카드 회사의 경쟁자는 정보기술(IT) 업계”라고 선언했습니다.

“이르면 5년 뒤쯤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보기 힘들어질 것입니다. 신용카드는 전자 칩 속에 들어가는 ‘정보’의 형태로 진화하게 될 거예요. 결국 신용카드 회사는 원천기술을 둘러싸고 IT 업계와 경쟁을 벌이게 되겠죠.”

장 사장은 휴대전화와 신용카드의 ‘컨버전스(융합)’를 예로 들었습니다. 휴대전화로 결제하고, 은행 업무도 보고, 대중교통도 이용하는 게 보편화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실제로 최근 신용카드 업계에서는 ‘USB 카드’ ‘MP4 카드’ 등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탈피한 다양한 형태의 신용카드를 내놓고 있습니다.

장 사장은 이 경쟁에서 핵심 콘텐츠인 고객 정보와 지불결제 수단을 갖고 있는 신용카드사가 시장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미래의 신용카드 사업은 지불결제뿐 아니라 고객의 각종 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할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가맹점 매출 정보를 활용해 금융회사에 대출 중개를 하는 것도 그가 검토하는 새로운 사업모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은행들이 연합한 카드회사인 비씨카드는 자체카드 발급은 하지 않습니다. 영업을 하지 않고 브랜드 관리와 서비스 개발, 가맹점 관리를 주로 하지요. 때문에 ‘신용카드의 미래’를 논하는 그의 얘기는 영업 전쟁터에 서 있는 다른 카드회사들에 한가해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정된 시장 안에서의 출혈 경쟁은 다 함께 죽는 길”이라는 목소리가 카드업계 안에서 나오는 가운데 장 사장의 주장은 카드회사들이 개척해야 할 ‘블루오션’의 한 단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남의 몫을 빼앗기보다 파이 자체를 키운다면 다 같이 배불리 먹을 수 있을 테니까요.

곽민영 경제부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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