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재연]‘벼랑끝 아이’ 보호는 국가의 몫

  • 입력 2008년 5월 30일 02시 59분


아기의 탄생은 보는 이들에게 기쁨을 준다. 그러나 사람은 아기에서 성인이 되기까지는 다른 동물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보살핌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에는 두뇌 성장은 물론 정서적인 발달이 중요하다. 어린 시절 어떻게 보호받고 자랐느냐가 앞으로 삶의 질을 결정할 수도 있다.

생존 위협받는 아동 방치된 사회

부모가 처한 어려움이나 가난과 무지, 또는 지역사회나 국가의 돌봄을 받지 못해 벼랑 끝에 서 있는 아이들이 있다. 빈곤 속에 생존을 위협받는가 하면 보호자가 도리어 가해자로 변해버리는 경우도 있고 배우고 놀면서 발달해 가는 권리가 심각하게 손상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아동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하자는 ‘아동참여’는 우리 사회에선 아직 낯설기만 하다.

아동은 자신을 보호해 주는 환경에서 자랄 권리가 있다. 아동은 제대로 보호받는 환경에서,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해야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를 존중하게 된다. 그래야 다른 사람을 학대하거나 착취하지 않는다. 아동의 보호는 아동권리와 연관된 중요한 부분이다. 제대로 못 먹는 아동이 건강할 리 없고,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는 아동이 정당한 권리를 누릴 리 없다. 아동은 어른처럼 자신의 처지를 스스로 개선하기 어렵다.

이처럼 위협받는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유엔은 1989년 유엔총회에서 ‘아동권리협약’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협약은 아동과 관련된 법안으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가 함께 기준을 마련해 아동의 권리를 절대적 권리로 인정한 최초의 국제인권조약이다.

협약 이행을 위해 1990년 ‘아동을 위한 세계정상회담’이, 2002년에는 ‘유엔 아동 특별총회’가 개최됐다. 특별총회를 통해 어린 시민들에게 좋은 것이 궁극적으로는 국가를 위해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갖는 계기를 마련했다. 총회는 ‘아동이 살기 좋은 세상’이라는 결과문서를 채택했다.

더불어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전 세계적으로 ‘아동이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하는 도시화와 이에 따르는 도시의 빈곤화 현상 속에서 시민, 특히 아동에 대처하는 기능을 갖추게 하려는 시도다.

정부는 2000년부터 아동보호사업에 관심을 갖고 학대받은 아이들을 위해 24시간 핫라인설치, 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 그룹 홈 설치 및 운영을 하고 있다. 서울시도 ‘서울 꿈나무 프로젝트’를 추진해 아동의 성장환경을 개선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44개소에 불과하다. 전체 인구 109만 명당 1개소꼴이다.

미국은 주의 카운티마다 아동보호서비스기관이 있으며, 카운티가 클 경우에는 한 카운티 내에 여러 개의 아동보호서비스기관이 설치돼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경우 아동보호서비스기관이 아동인구 10만 명당 1개소씩이다.

일본은 도도부현(都道府縣) 및 중핵도시 산하 아동상담소 174개소가 아동학대 관련 업무를 수행하며 전체 인구 50만 명당 아동상담소가 1개소씩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전국에 44곳뿐

이처럼 아동 관련 사업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하는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민간위탁 사업에 대한 평가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조사권 기능이 법에 명확히 명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모 동의 없이 아동 격리가 이루어지고 시도 및 시군구청장에게 아동보호 동의를 의뢰하는 체계가 가정법원의 친권제한 등 좀 더 합리적이고 아동의 안전을 고려한 체계로 개선돼야 한다.

건강하고 안전한 보호 아래 모든 아동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키우는 것이 바로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이재연 숙명여대 생활과학대학 아동복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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