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4월 12일 02시 5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오늘 아침에는 새벽 산책을 하다가 초등학교와 중고교가 사이좋게 모여 있는 이른바 ‘학교밀집지역’을 지나가게 됐다. 마침 어여쁜 초등학생들부터 발랄한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학생이 활기차게 등교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밀집 스쿨존의 차도에는 수많은 대중버스와 승용차가 시간에 쫓기며 과속으로 질주했다.
운전자들의 안중에는 등교 시간을 의식하며 서둘러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어린 학생들이 아예 없는 것 같았다. 이 지역은 엄연히 법정속도와 정숙을 유지해야 하는 ‘스쿨존’이다. 불과 수백 m만 서행하면 안전과 정숙을 도모할 수 있을 텐데 ‘제한속도’를 무시한 채 인근 아파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승용차와 버스가 뒤엉켜 경적을 울려대면서 마치 존 스타인벡의 ‘바람난 버스’처럼 다투어 달아나고 있으니 우리의 교육환경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학교 주변의 제한속도 하나도 지키지 못하는 일부 몰지각한 시민의식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 새 정부의 교육은 바로 이런 현장의 문제부터 철저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자유화’다, ‘창의성’이다, ‘영어교육 강화다’ 하는 큰 정책만이 이 나라 교육을 바로 세우는 현안이 아니다. 사소한 것 같으나 결코 사소하지 않은, 거창한 구호 이전에 우리가 조금만 애정을 기울이면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이른바 ‘생활교육(practical education, education in living)’의 영역부터 바로 고쳐 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의 ‘내 자녀’를 생각하면서 학교지역에서 철저히 안전속도를 지키고 학부모(주민)들이 학교와 협력해 교육환경을 정숙하고 아름답게 가꾸며 사회적으로는 치안당국과 기성세대들이 힘을 모아 학교폭력 근절과 성범죄 예방 등에 앞장선다면 삶의 현장 속에서 우리의 교육은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의 각성이며 자발적인 시민의식과 실천이다.
정부는 이런 자발적인 생활 속에서의 국민교육 운동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행정적인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우선 교육당국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여 전국의 ‘스쿨존’에 대한 교육환경 정비와 교통안전 대책 등 학교 안전망 구축을 근본적으로 마련하기 바란다. 학교지역의 제한속도를 위반한 차량에 대해서는 인명상해 범죄에 해당하는 법 적용을 현실화해야 한다. 학교 주변의 폭력 근절 및 등하굣길 안전을 위해 ‘학교안전 전담 경찰반’을 상설 배치하고, 자발적인 ‘학부모(주민) 안전봉사단’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해마다 학교 주변과 등하굣길에서 우리 자녀들이 당하는 생명의 위협과 상해는 그 어떤 유형의 인명피해에 못지않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새삼 교육선진국의 사례를 들 것도 없이, 학교와 가정과 국가사회가 삼위일체로 협력하는 ‘생활교육’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교육 선진화를 통한 교육강국의 실현도 가능할 것이다.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새 정부의 교육은 말 그대로 실용적인 생활교육의 기본부터 바로 세워 나가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공약한 국가 예산 절감 부분의 상당한 재원을 교육과 복지에 과감히 투자하라.
김성영 교육강국실천연합 공동대표·전 성결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