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수진]청와대 ‘김만복 감싸기’는 민심 역주행…

  • 입력 2008년 2월 1일 02시 42분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의 거취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태도가 점입가경이다.

김 원장이 지난달 15일 ‘평양 대화록’을 유출했다고 시인하고 사의를 표명했지만 청와대는 보름 넘도록 김 원장 두둔에 여념이 없다. 천호선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겸 청와대 대변인의 일일 정례 브리핑은 마치 김 원장에 대한 ‘변호 브리핑’이나 다름없다.

김 원장이 지난달 3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불참했을 때 천 수석은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출석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국정원) 내부 판단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옹호했다. 그는 “김 원장이 업무를 충실히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천 수석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임명할 후임 국정원장 취임 때까지 김 원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국정원장 자리는 가능하면 하루라도 비우지 않으면 좋겠다는 것이 우리들의 통념이고 상식”이라며 “5년 전에도 후임 원장을 내정하기 전까지는 전임 정부에서 임명됐던 원장이 업무를 했다”고 설명한 것.

김대중 정부 마지막 국정원장이었던 신건 전 원장이 노 대통령 취임 후인 2003년 4월 퇴임한 것처럼 며칠 남지 않은 노 대통령의 임기 만료일(24일)까지 김 원장 체제로 가게 해달라는 호소로 들렸다.

김 원장이 유출한 대화록 내용에 대해 검찰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는 형법 127조까지 적시하며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지만 천 수석은 “국가기밀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적지 않다” “기밀과 위법성 여부에 대한 검찰의 판단과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하는 인사권자의 판단은 차원이 다른 종합적 판단”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사안” 등의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재임 5년이 내내 시끄러웠던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역주행이 원인이었다. 임기를 한 달도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김 원장 사태는 역주행 5년의 완결판을 보는 듯하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자충수’ 때문에 국정원은 국가정보기관의 위상과 권위를 잃고 나날이 초라해지고 있다. 국정원 직원들이 이미 위법 시비에 휘말린 김 원장을 수장으로 믿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을까. 취재진과 정치권의 공세에 군색한 변명만 되풀이하는 천 수석의 모습도 안쓰럽다.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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