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화제!이사람]수술 후 복귀하자마자 모친 뇌종양 강지숙

  • 입력 2007년 12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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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처럼 병마 이기세요”

키다리 숙녀의 ‘코트 사모곡’

“계속 피곤하고 잠이 왔어요. 가까운 병원을 찾았더니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고 종합병원 두 곳에서도 같은 진단을 받아 결국 수술대에 올랐어요.”

여자프로농구 금호생명 강지숙(28·198cm)은 하은주(202cm·신한은행)가 국내에 오기 전까지 최장신 센터로 이름을 날렸다. 1997년 신한은행의 전신인 현대에 입단했고 국가 대표로도 꾸준히 활동해 온 강지숙은 지난해 8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다녀온 뒤 심장의 좌우심실 사이에 구멍이 생긴 심실중격결손증 판정을 받았다.

수술 후 최소한 1년 정도는 쉬어야 된다는 얘기에 당시 소속팀 신한은행에서 임의 탈퇴 선수로 나온 뒤 2개월가량 누워만 있었다. 다행히 회복은 빨랐고 5월에는 10년간 몸담았던 신한은행 대신 금호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제2의 농구인생’을 앞둔 그에게 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강지숙을 덮쳤던 ‘병마’가 어머니 이복순(57) 씨를 향한 것. 7월부터 두 차례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어머니는 갑상샘 수술에 뇌종양 판정까지 받았다.

“이번 시즌 팀 개막전이 10월 28일이었는데 엄마는 전날 15시간에 걸쳐 뇌종양 수술을 받았어요. 경기가 끝난 뒤 중환자실에 누워계신 걸 알면서도 차마 가지 못했어요. 팀도 졌고 저도 잘 못했고…. 가서 엄마를 보면 울 것 같았어요.”

강지숙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잘 통했다. 좋아하는 음식과 취향도 비슷했다. 네 살 위 언니보다 마음이 더 잘 맞았다.

중학교 2학년 때 키가 180cm에 가까웠던 강지숙이 농구를 하겠다고 하자 힘들지 않겠느냐며 만류했던 어머니는 강지숙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돼 농구장을 따라다니며 응원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잘했다고 우쭐하지 말고 못 했다고 기죽지 마라. 늘 한결같아라”고 하며 2m에 가까운 딸의 등을 두드려줬다.

첫 경기에서 6분 동안 뛰며 무득점에 그쳤던 강지숙은 조금씩 예전의 기량을 되찾아 가고 있다. 3일엔 올 시즌 자신의 최다인 19득점을 올리며 우리은행 격파에 앞장섰고 17일엔 8득점, 8리바운드로 친정 팀이자 최강팀 신한은행을 꺾는 데 일조했다. 개막전부터 내리 3연패를 당했던 만년 하위 팀 금호생명은 3위까지 올라왔다.

어머니의 뇌종양 수술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한동안 거동조차 못하던 어머니는 퇴원해 친정인 군산에서 요양 중이다.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엄마, 며칠 전 용인에서 경기 있을 때 보고 싶다는 엄마한테 오지 말라고 소리친 거 미안해요. 잠깐 차를 타는 것도 힘들어하면서 어떻게 거기까지 올 생각을 했어. 나도 응원석에 앉아서 박수 치며 응원하던 엄마가 보고 싶지만 꾹 참을게. 엄마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경기장을 찾을 때 나도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엄마, 빨리 나아요.”

구리=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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