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문명]중국인의 혐한(嫌韓)

  • 입력 2007년 12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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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한국의 1위 교역국이다. 한국에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외국인도 중국인으로 10명 중 4명꼴이다. 유학생도 매년 2만여 명(총유학생의 61%)이 온다. 외국인 신부(新婦) 둘 중 한 명이 중국인이다. 그러나 한중 관계의 속은 다르다. 중국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신문인 궈지셴취다오(國際先驅導)보가 중국인 1만2000여 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좋아하지 않는 이웃 나라’ 1위에 한국(40%)이 꼽혔다.

▷중국인의 뿌리 깊은 중화사상과 대국병(大國病)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 양국을 오가며 꼴사납게 졸부 행세를 한 한국사람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알면 알수록 호감과 함께 비호감 역시 증대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조사에서 중국인들이 일본을 ‘좋아하는 나라’ 3위, ‘좋아하지 않는 나라’ 2위 등 상위권에 올린 데 대해 일본 산케이신문은 “애증이 교차한다는 뜻으로, 어떻든 관심이 높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국내의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인의 혐한(嫌韓)을 ‘인터넷 탓’으로 돌린다. 한국어에 능통한 중국인들이 급증하면서 중국에 관해 비우호적인 한국 뉴스를 인터넷으로 퍼 날라 반한(反韓)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관영매체에 저항하는 ‘대안언론’으로 스스로 자리 매김 하는 이들은 민족주의 성향이 유별나다. 올해 8월 중국의 골판지 만두 파동이 한국에서 화제가 됐을 때도 중국에선 “한국의 경제 발전은 미국의 원조 덕”이라며 한국인을 개(犬)로 비하하는 내용의 ‘혐한 랩’ 동영상이 나돌았다.

▷일본 학자 다카하라 모토아키(高原基彰) 씨는 최근 자신의 저서 ‘한중일 인터넷 세대가 서로 미워하는 진짜 이유’에서 중국의 혐한증, 한중의 반일(反日), 한일의 배중(排中) 감정을 신(新)내셔널리즘의 발로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고용 불안으로 인한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3국의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불안을 서로 이웃나라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3국의 ‘88만 원 세대(월평균 88만 원을 받는 20대 비정규직)’가 배타적 민족주의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그나저나 더욱 커지는 대국 중국과 어떻게 사귈지, 간단치 않은 숙제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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