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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對北 경협 합의는 역시 졸속이었다

입력 2007-11-29 23:08업데이트 2009-09-2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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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평양에서 끝난 남북 국방장관회담은 앞서 서울에서 열린 총리회담(11월 14∼16일)의 합의가 얼마나 성급한 것인지를 잘 보여 줬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비롯한 군사 현안은 해결하지도 못한 채 49개나 되는 ‘경협(經協 ) 보따리’를 북에 안겨 준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 임기 말 정권의 순서를 무시한 과욕이 이런 혼란을 자초했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은 총리회담의 핵심 합의사항인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치를 위한 구체적 진전을 보지 못했다. NLL을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지 못해서다. 우리 측은 NLL을 기선으로 남북 등면적(等面積)의 공동어로수역 설정을 제안했으나, 북은 NLL 이남(以南)을 평화수역으로 지정해 그곳에 공동어로수역을 마련하자고 맞섰다.

우리 정부는 정상회담과 총리회담을 통해 북에 온갖 지원을 약속했으나 북은 NLL을 남쪽으로 끌어내림으로써 어떻게든 NLL을 무력화(無力化)하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에 따라 해주경제특구와 해주항 개발, 한강하구 골재채취사업, 북한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이용 같은 관련 합의사항들도 실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군사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은 망상일 뿐임이 확인된 셈이다.

군사적 신뢰구축 없이 이루어진 남북 간 합의는 모래성(城)에 불과하다. 앞으로 장성급 회담을 하고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지만 북이 개혁과 개방에 빗장을 걸어 놓은 채 우리 측으로부터 경제지원만 받으려 해서는 실질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북은 여전히 ‘군사문제는 미국과, 경협은 남한과 각각 논의한다’는 기본전략을 고수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이래서는 대북지원에 대한 우리 국민의 동의도 얻지 못한다.

이번 회담에서 그나마 김장수 국방장관이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고 NLL을 지켜 낸 것은 다행이며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음 국방장관회담을 대선 이후인 내년 서울에서 열기로 한 만큼 NLL을 잘 지켜서 차기 정부에 넘겨주는 것이 순리다. 지금은 섣부른 진전보다 관리가 중요하다. 임기 중 업적을 남겨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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