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회창 씨 욕심과 독선이 부른 保守相爭

  • 입력 2007년 11월 7일 2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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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탈당해 대선에 독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법과 규칙을 존중하는 세상, 정당민주주의 발전, 그가 강조한 좌파정권 연장 저지 등을 위해 가지 말았어야 할 길에 끝내 들어서고 만 것이다. 스스로도 이성적(理性的) 판단으로는 자기모순에 가득 찬 선택임을 알았던 듯, 언행이 군색했다.

그는 정권 교체라는 ‘대의(大義)’를 위해 ‘처절하고 비장한 심정’으로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정권 교체가 절대적 대의라고 진정으로 생각했다면 당이 뽑은 후보를 적극 지지하고, 당내 분란(紛亂)에 대해서도 대의를 저버려선 안 된다고 타일렀어야 했다. 그의 독자 출마는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오히려 낮추고 말았다.

정권 교체를 하더라도 나라의 기초를 다시 세울 (인물을 통한) 교체여야 의미가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국민 과반수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적법절차를 통해 선택한 후보를 부정하고 경선에 불복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기초를 흔드는 행동이다. 그는 또 박근혜 전 대표와 서로 뜻이 통하는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대선에서의 제휴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면, 박 전 대표마저 경선 불복자가 되도록 하려는 것과 같다.

그는 5년 전 두 번째 대선 도전에서도 패했을 뿐 아니라 한나라당에 ‘차떼기당’의 오명(汚名)을 안겼다. 그 후 한나라당은 천막당사 생활을 하면서 국민에게 용서를 빌었고, 보수(補修)하는 보수(保守)가 되기 위해 나름대로 개혁을 했으며, 아름다운 경선 드라마까지 성공시켜 다수 국민한테서 ‘유일 합법의 정권 교체 세력’으로 인정받게 됐다. 그런 한나라당을 겨냥해 그는 “누가 대통령이 돼도 나라는 저절로 바로 될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의 정통성을 무력화(無力化)하려는 시도로, 쿠데타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또 이명박 후보의 안보관, 대북관이 불분명해 ‘구국(救國)의 결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민주노동당이나 대통합민주신당도 아니고, 수구냉전세력에 전쟁세력이라는 소리까지 듣는 한나라당 후보의 안보관과 대북관을 의심하는 것은 노욕(老慾)을 가리기 위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이 씨 본인이야말로 2002년 대선 때 기존의 대북 상호주의를 ‘전략적 상호주의’로 수정해 인기에 영합했음을 세상은 기억하고 있다.

그는 출마선언문 말미에서 “만약 제가 선택한 길이 올바르지 않다는 게 분명해지면 언제라도 국민의 뜻을 받들어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까지 지지율 추이를 지켜보다 불리해지면 포기하겠다는 얘기 같다.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그는 대선 막바지에 보수의 상쟁(相爭) 출혈을 자초한 잘못을 씻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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