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당의 舊시대 행태와 손학규 公式

  • 입력 2007년 9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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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끝없는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에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그제 TV 토론을 거부하고 잠행했다가 어젯밤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오늘 아침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유령선거인단에 ‘버스떼기’ 같은 동원 투표가 난무하는 등 불법과 변칙이 판을 치니 참기 어려웠을 것으로 이해는 된다. 그러나 손 씨의 행동도 상황이 불리해지니까 ‘강짜’를 부리는 것으로 보일 만하다.

무엇보다 TV 토론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손 씨는 그 약속을 멋대로 깼다. 설령 불만이 있더라도 토론은 마쳤어야 한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토론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면 그 이유를 밝혔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행동할 일이 아니다. 많은 국민은 이번 잠행을 보면서 그가 6개월 전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 드러낸 행태를 쉽게 연상할 것이다.

손 씨에겐 좀 가혹한 말이겠지만 이 모든 것은 본인이 자초한 것이다. 정치는 현실이다. 한나라당을 버리고 여권으로 넘어갈 때 이 정도는 예상했어야 한다. 이미 그때 범여권이 손 씨를 경선 흥행용 ‘불쏘시개’로 쓸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명색이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어진 손 씨가 이제 와서 추한 정치 풍토를 개탄해 봐야 현실 정치인으로서의 자신의 한계를 보여 주는 것밖에는 안 된다. 진정한 지도자는 이런 상황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신당의 경선 파행이 용인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친노(親盧) 후보들끼리의 단일화 소극(笑劇)을 포함해 경선의 모든 과정이 사기(詐欺)와 조작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선을 위해 열린우리당을 고의로 부도내고 위장 재개업하는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던 셈이다. 이것도 모자라 대권-당권 교환설에 특정 후보 간 연대설도 나온다.

신당 사람들은 지금 이념도 정책도 없고 오직 파벌과 책략이 판을 친 구시대 정치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이런 구태(舊態) 경선을 통해 등장한 대통령 후보가 정도(正道)정치를 보여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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