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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9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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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실은 너무 달랐다. 언제 어디서부터인지 모르지만 ‘어어’ 하는 사이에 조금씩 밀렸다. 실리로는 이미 따라가기 어려운 지경이다. 그렇다면 흑의 약점이라도 추궁해야 하는데 모든 흑이 튼튼하기 그지없다.
김 초단 앞에 패배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김 초단은 습관적으로 돌을 놓고 있을 뿐 희망어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김 초단의 머릿속엔 이미 지나가버린 수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초반부터 좀 더 거세게 밀어붙였어야 했는지 모른다. 침착하게 둔다는 수들이 사실은 나약하고 타이밍을 놓친 수였을까….’
백 122로 젖힌 것이 수순. 흑 125로 참고도 흑 1로 끊으면 큰일 난다. 백 2, 4로 회돌이에 걸린다. 흑 133 이하의 마무리는 일사천리다. 이런 바둑은 까다로운 변수가 없어 그저 순서대로 큰 곳을 차지하면 된다. 흑 147을 본 김 초단은 침통한 표정을 짓더니 돌을 던진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오래 버틴 것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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