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탈레반의 협박에 ‘호소 외교’로만 대응할 건가

  • 입력 2007년 7월 30일 2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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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대통령 특사까지 파견했지만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22명이 풀려날 기미는 아직 없다. 납치범들은 어제 오후 8시 반을 새 협상시한으로 제시하면서 “시한 내에 탈레반 수감자 석방에 합의하지 않으면 인질 중 몇 명을 죽이겠다”고 협박 강도를 높였다. 탈레반은 한때 ‘협상 실패’를 선언하기도 했다. AP통신은 그 이후 탈레반이 다시 협상시한을 이틀 더 연장했다고 보도했지만 피가 마르기는 마찬가지다.

탈레반은 한국인의 심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집단이다. 아프간 국민을 돕기 위해 멀리서 찾아간 외국인을 납치해 살해하는 잔혹한 범죄자들이다. 이미 한 명을 해쳤기 때문에 그들의 협박은 ‘실제 상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탈레반은 고도의 심리전을 펴는 영악한 집단이기도 하다. 우리 대통령 특사가 아프간 대통령을 만난 뒤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자 한국을 궁지로 몰아넣기 위해 즉각 살해 협박을 하고 나왔다. 인질들을 잇달아 언론 인터뷰에 내보내는 것도 잔인한 정신적 테러다. 인터뷰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가증스러운 짓도 서슴지 않는다.

‘테러집단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문명세계의 관행을 깨는 것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유일한 해법은 인질과 탈레반 죄수의 교환이다. 테러의 악순환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으나 탈레반 죄수를 풀어주고 무고한 인질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비난할 수는 없다.

아프간 정부를 움직이는 게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청와대는 대통령 특사를 파견하면서 “정부는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을 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효과를 내지 못했다. 좀 더 ‘실효적 수단’을 찾아야 한다. 아프간 정부의 선의(善意)에 기대를 거는 ‘호소 외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금은 비상상황이다. 정부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청와대와 외교통상부의 대응에 대한 평가를 자제했지만, 그런다고 사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프간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동의 없는 군사작전은 없다”고 미리부터 선택의 폭을 좁힌 것도 협상의 득책(得策)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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