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손학규와 설훈, 국민의 건망증 시험하나

  • 입력 2007년 7월 29일 2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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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훈 전 민주당 의원이 범여권 대선주자로 변신한 손학규 씨의 캠프에 측근으로 합류했다. 그날그날의 판세를 분석하고 대처하는 상황실장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한다.

설 씨는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20만 달러 수수 의혹’을 터뜨린 장본인이다. 그해 4월 설 씨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최규선 미래도시환경 대표가 이 후보에게 전해 달라며 이 후보 측근인 윤여준 의원에게 20만 달러를 줬다”고 주장했다. 바로 한 달 전에는 이 후보가 세 들어 살던 서울 종로구 가회동 빌라의 세입금에 비자금이 유입된 의혹이 있다는 이른바 ‘빌라 게이트’를 띄웠다. 대선이 끝난 뒤 모두 거짓으로 드러난 흑색선전의 ‘더티 밤(더러운 폭탄)’들이었다.

설 씨는 ‘20만 달러 의혹’을 입증할 증인도 있고, 녹음테이프도 있다고 했으나 이 또한 거짓이었다. 그는 대선 뒤인 2003년 2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을 받고 10년간 피선거권이 정지됐으나 올 2월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사면 복권됐다.

민주주의는 선거에서 출발한다. 설 씨는 비열한 흑색선전으로 민심(民心)을 훔치는 ‘반(反)민주’를 선택한 사람이다. 설 씨의 흑색선전을 시발로 민주당은 ‘이 후보 부인의 기양건설 자금 10억 원 수수 의혹’과 ‘이 후보 아들의 병역 관련 의혹’을 잇달아 제기했다. 그러나 설 씨는 한번도 잘못을 스스로 사죄한 적이 없다. 오히려 노 대통령이 그에게 은사(恩赦)를 베풀었을 뿐이다.

손 씨 캠프 대변인은 “설 전 의원이 선거를 잘 알아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설 씨의 ‘흑색선전 솜씨’를 한 번 더 빌려 보겠다는 뜻인가.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 손 씨는 “낡은 정치를 깨고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더 어려운 길을 택했다. 대한민국 드림팀을 만드는 데 밀알이 되겠다”고 했다. 설 씨 같은 사람과 손잡는 것이 ‘낡은 정치’를 깨는 것인가. 설 씨의 합류로 마침내 ‘드림팀’의 가능성이 열렸는가. 이에 대해 손 씨는 분명히 답해야 한다. 국민의 건망증을 시험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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