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1기 국수전… 황당한 시간패

  • 입력 2007년 7월 2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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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장난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흑 119로 좌하변에 뛰어들었던 결사대가 수를 냈다. 백 120에 이제 참고도 흑 1로 받으면 5까지 패가 난다. 백은 6으로 파호하며 패를 버텨야 하는데 이 패싸움은 안 된다. 흑이 A로 기어나가는 게 모두 팻감이다. 이렇게 되면 역전이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막판에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더 믿을 수 없는 일이 곧장 발생했다. 백 120에 이현욱 6단은 잠시 생각하다가 “일곱, 여덟…” 하는 계시기(計時機)의 초 읽는 소리에 화급히 흑돌을 집어 ‘가’에 놓았다. 그리고 동시에 계시기에 달린 버튼을 꾹 눌렀다. 이때가 정확히 여덟에서 아홉 사이였다. 그런데 이 무슨 변고란 말인가. 계시기가 초읽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었다. 당황한 이 6단은 버튼을 거푸 눌렀으나 먹히지 않았다. 그 사이 계시기는 “아홉, 열”을 세고 있었다. 카운트아웃! 규정대로라면 시간패다. 하지만 기기 고장으로 인한 시간패니 어찌되는 것인가.

이 6단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이의를 제기할 생각을 못한 채 돌을 쓸어 담고 일어서고 말았는데 이것이 실수였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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