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더 믿을 수 없는 일이 곧장 발생했다. 백 120에 이현욱 6단은 잠시 생각하다가 “일곱, 여덟…” 하는 계시기(計時機)의 초 읽는 소리에 화급히 흑돌을 집어 ‘가’에 놓았다. 그리고 동시에 계시기에 달린 버튼을 꾹 눌렀다. 이때가 정확히 여덟에서 아홉 사이였다. 그런데 이 무슨 변고란 말인가. 계시기가 초읽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었다. 당황한 이 6단은 버튼을 거푸 눌렀으나 먹히지 않았다. 그 사이 계시기는 “아홉, 열”을 세고 있었다. 카운트아웃! 규정대로라면 시간패다. 하지만 기기 고장으로 인한 시간패니 어찌되는 것인가.
이 6단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이의를 제기할 생각을 못한 채 돌을 쓸어 담고 일어서고 말았는데 이것이 실수였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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