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용득]‘제2의 이랜드 사태’ 막으려면

  • 입력 2007년 7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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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위원장과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노동부 장관이 13일 ‘비정규직보호법 안착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비정규직 남용을 막고 차별을 해소하는 입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 노사정이 공동 노력하자는 선언적 내용을 담았다. 아울러 부당한 계약해지를 자제하고 직무에 맞는 임금체계로의 개선 및 미비점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기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사흘간의 논의 끝에 발표한 합의문에 대해 아쉬움이 없는 바 아니다. 그러나 대화에는 상대가 있는 법이고 경영계 대표가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면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마당에 노사정 최고위급 합의를 통해 정규직 전환과 차별 금지를 뼈대로 하는 현행법의 준수 의지를 확인한 일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랜드 사태가 불거진 상황에서 이번 합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한국노총은 법 시행 전부터 이 같은 공동선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경영계와 정부에 수차례 대화를 제의한 바 있다. 경영계는 법이 통과된 것도 못마땅한데 법을 확실히 지키자는 선언에까지 참여할 수 없다며 대화 불가 방침을 완강하게 고수해 성사되지 못했다.

법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일단 법이 도입된다 하더라도 편법과 탈법이 없을 수 없기 때문에 노사정의 자율적인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노총은 우리은행 노사합의를 통해 3000여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사례를 만드는 등 비정규직법이 순조롭게 시행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노총의 이 같은 노력은 최근 민주노총 산하 조직으로까지 전파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자신이나 비정규직 당사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따져 보지 않고 ‘또 다른 야합’ 운운하며 중상모략으로 가득 찬 논평을 발표했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을 최대한 포용하려 했고 이석행 집행부의 최근 변화 노력을 누구보다 지지해 왔다. 도와주는 사람을 다짜고짜 물고 늘어지니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노총의 단호한 대응이 불가피하다.

한국노총은 최악의 정부 법안을 단호한 투쟁을 통해 폐기시켰다. 여야 정당이 보호입법을 미룰 때는 최종안을 제시해 지금의 1차 보호입법을 쟁취했다. 현행법이 조속히 안착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되 미비점은 사회적 대화와 대중운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완할 것을 촉구할 것이다.

현행법에 포함되지 못한 도급이나 용역 형태의 비정규직 대책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 아울러 사회보험법과 세법 등의 정비를 통해 중소기업의 정규직 전환 노력을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대규모 인원에 대한 계약해지는 정리해고에 준한 일정한 요건과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런 노력이 제2, 제3의 이랜드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이다.

비정규직법안을 둘러싼 논의가 분분할수록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노사를 막론하고 무책임하고 극단적인 주장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무엇이 진정 그들의 이익을 옹호하고 노사정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길인지 진지하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용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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