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입사성공기]아시아나항공 국제선 승무원 박혜령 씨

  • 입력 2007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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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승무원은 예쁘고 날씬해야 한다.’

과연 그럴까? 항공사 인사담당자들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도도하고 깡마른 ‘모델’ 스타일보다는 친근한 인상과 붙임성이 있고 건강한 지원자를 선호한다는 것이 항공사 관계자들의 얘기다. 또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어학실력과 글로벌 감각을 갖춘 지원자가 합격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올해 4월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승무원으로 입사한 박혜령(24·경희대 스페인어학과 8월 졸업 예정·사진) 씨가 똑 그런 경우다.

박 씨는 교환학생으로 스페인을 다녀올 정도로 스페인어 실력이 수준급이다. 대학교 2학년 때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태국 산골마을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중남미 출신 이주 노동자를 돕는 일을 하며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과 어울렸다고 한다.

“승무원이 되기에는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1년간 대학을 휴학했다. 본격적인 승무원 입사 준비를 위해서다. 그렇다고 승무원 취업 전문학원에 다닌 것은 아니다. 입사한 다음에 배울 것을 미리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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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영어토론 모임에 참가해 모자라는 영어실력을 보완했다.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정보를 수집하고 번역하는 인턴사원으로 일하며 국제 감각을 다듬었다.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서 외국인 투자가 등을 안내하는 VIP 의전 운영요원으로 일했다. 1년간 실무경험을 쌓고 그는 올해 1월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승무원 공채에 원서를 냈다.

항공사들은 통상 상반기(1∼6월)와 하반기(7∼12월)에 각각 승무원 공채를 실시한다. 항공노선이 늘어 승무원 수요가 많으면 수시 공채를 할 때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서류전형-실무면접-체력테스트-임원면접-신체검사’로 최종 합격자를 뽑는다. 단계마다 탈락자를 추려내는 ‘허들 방식’이다. 국제선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일정한 어학실력을 갖춰야 지원할 수 있다.

승무원은 비행 중 흔들리는 기내에서 일해야 하고 비상 상황이 생기면 안전요원으로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키와 시력 등 신체조건에 대한 제한이 있다.

최근 체격은 커졌는데 기초체력이 약한 지원자가 많아 체력 테스트와 신체검사에서 적지 않은 지원자가 탈락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악력(握力), 배근력, 유연성, 윗몸일으키기, 수영 등 5가지 항목의 체력테스트를 실시해 점수를 합산한 뒤 합격자를 가린다. 한 종목에서 점수가 나빠도 다른 종목에서 만회하면 합격할 수 있다.

박 씨는 “수영 실력이 모자라 한 달 강습을 받았다”며 “건강 관리를 틈틈이 해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할 때 ‘다’와 ‘까’로 끝나는 전형적인 승무원 말투로 또박또박 말했지만, 그렇다고 군인처럼 딱딱하거나 어색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승무원 면접에서는 ‘8당 7락’(이가 여덟 개 보이도록 활짝 웃으면 합격하고, 일곱 개만 보이면 탈락한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밝은 표정과 태도를 중시한다. 고객의 말문을 막히게 만드는 ‘예’와 ‘아니요’의 단답형 답변은 금물이다.

“매일 미소를 짓는 연습을 했지만 막상 면접에서는 얼굴에 경련이 일어나 혼났습니다.”

그는 “친근한 미소는 얼굴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온다”며 “어떤 순간에서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사담당자 한마디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적 감각, 고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친절,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 깔끔한 일처리 능력을 가진 승무원을 선호한다. 박혜령 씨는 학창시절부터 해외 자원봉사와 국제회의 운영요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국제 경험을 쌓았다. 면접에서 따뜻한 동료애와 서비스 정신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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