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창혁]走者컷오프(cut-off)

  • 입력 2007년 7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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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은 2004년 ‘신어(新語)자료집’에 ‘컷탈락’이라는 말을 새로 넣었다. 미국 골프대회 소식이 단골 뉴스로 자리 잡으면서 신문지상에 ‘컷오프(cut-off)’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리자 영어와 우리말을 합쳐 신조어를 만든 것이다. 컷오프는 보통 3, 4라운드로 치러지는 골프대회에서 1, 2라운드까지의 성적이 일정 수준 이하면 탈락시키는 것을 말한다.

▷요즘 범여권도 컷오프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주자만 스무 명 안팎에 이르다 보니 커트라인을 정해 일부 주자는 아예 제외하자는 것이다. 선두권 주자들은 찬성하지만 하위권 주자들은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주자가 너무 많아 TV 토론조차 할 수 없다고 하니 무작정 반대만 할 일도 아니다. TV 토론이 가능한 범위인 5, 6명 정도로 잘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떻게 자를 것인가. 여론 조사로 가리는 방안, 새로 만들어질 신당(新黨)의 국회의원과 대의원 등으로 선거인단을 구성해 예비경선을 치르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선거인단 예비경선이야 열린우리당 당의장 선거 때도 했지만 ‘여론 조사를 통한 컷오프’는 아마도 미국 대통령선거를 본뜬 듯하다. 1987년 공화, 민주 양당의 합의 아래 출범한 ‘대통령후보 토론위원회(CPD)’는 그동안 모두 5번의 대선 TV 토론을 주관하면서 양당 후보가 아닌 군소주자들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2000년과 2004년 대선 때의 기준은 ‘엄선된’ 5개의 전국 여론 조사에서 최소 15%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해야 토론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CPD의 기준을 한국 범여권의 컷오프에 적용하면? CPD의 본선 기준을 범여권의 예비 경선에 대입해 보는 게 무의미할지 모르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포함해 전원 탈락이다. 결국 ‘도토리 키 재기’가 될지라도 무조건 5, 6등까지 끊자고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오차범위가 ±3%인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 2%와 1%는 우열이 있는 건가?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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