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종대]‘홍콩 반환 10돌’ 떠들썩한 中

  • 입력 2007년 7월 3일 0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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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胡錦濤) 주석, 홍콩 도착’ ‘후진타오 주석, 동포 가정 방문’….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인터넷 사이트에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39분부터 뜨기 시작한 톱기사 제목들이다. 이 통신은 이날 낮부터 시작해 2일 새벽까지 단 한 차례를 빼고 홍콩 반환 10주년 행사와 관련한 후 주석의 동정을 8차례 연속 톱기사로 올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한술 더 떴다. 지난달 29일 하루를 제외하고 지난달 27일부터 2일까지 5일간 1면 톱을 모두 후 주석의 홍콩 관련 동정 기사로 채웠다.

방송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관영 중앙방송(CCTV) 뉴스 채널은 후 주석이 홍콩에 머무는 동안 ‘홍콩 회귀(回歸) 10주년 대회’와 홍콩 주둔 부대 사열, 만찬 참석 등 후 주석의 동정을 일일이 생중계했다.

7월 1일은 영국이 홍콩 주권을 중국에 반환한 지 만 10년이 된 날이다. 후 주석은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30분경 도착해 1일 낮 12시 5분 해관(海關·세관)을 통과해 선전(深(수,천))으로 갈 때까지 만 이틀 남짓 홍콩에 머물렀다. 해관을 이용해 대륙으로 돌아간 그의 이례적인 행보는 일국양제(一國兩制)를 강조하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쇼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홍콩인의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홍콩에 판다 한 쌍을 선물하고 홍콩과 맺은 경제협력강화협정(CEPA)을 개정해 특혜를 베풀었다. 후 주석은 1일 기념식에서 “홍콩의 번영은 일국양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이 요란을 떤 것과는 달리 홍콩은 비교적 조용했다. 홍콩 반환 10주년 행사에 관심을 기울인 사람도 많지 않았다. 그 대신 후 주석이 홍콩을 뜨자마자 열린 민주화 요구 시위엔 무려 5만 명이 참석했다.

중국 대륙의 떠들썩한 행사는 다분히 대만을 겨냥한 것이다. 일국양제 아래서 홍콩이 번영을 누리고 있으니 대만도 일국양제 속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일 것이다.

런민일보의 인터넷판인 런민왕(人民網)은 2일 대만의 일부 하역 인부가 “대만에도 일국양제를 실시하자”며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대만 정부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만 국민의 70%는 일국양제를 거부했다. 홍콩과 대만의 여론은 중국 지도부의 희망과 큰 괴리가 있는 셈이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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