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6월 18일 02시 5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첫째, KBS 수신료는 국민이 공영방송을 유지하기 위해 내는 공적(公的) 부담금이므로 수신료를 인상해야 하는 이유를 우선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KBS는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는 데 재원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왜 수신료로 경비를 충당하려고 하는지 솔직히 밝혀야 한다.
디지털 전환 투자는 한 번으로 끝난다. 수신료는 KBS를 보든 안 보든 모든 국민이 대한민국에서 사는 한 수십 년 동안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돈이다. 디지털 전환을 명분으로 일단 수신료를 올려 놓으면 설비 투자가 끝난 다음에도 KBS는 막대한 재원을 확보하는 길이 트인다.
광고방송을 줄이고 방송의 질을 향상하는 데 쓰겠다고 하겠지만 문제는 KBS가 결연한 각오로 해결해야 할 많은 구조적 모순은 덮어 두고 수신료 인상으로 추가 재원만을 쉽게 확보하려는 무책임한 자세에 있다.
KBS의 디지털 전환이,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국가적 사업이라면 별도의 명목으로 한시적으로 부담하거나 세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 수신료 인상은 KBS의 경영 실태와 문제점을 철저히 해부한 다음에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
둘째, 국민은 KBS의 방만한 경영 실상에 대해 모르고 있다. KBS가 경영에 대한 상세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영을 감독하는 이사회도 회의 내용을 BBC처럼 공개하지 않는다.
방송을 전공한다는 학자도 KBS의 경영을 깊이 있게 분석하는 논문을 쓰지 못한다. 공개된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도 목소리를 높이지만 치밀한 자료 분석에 따른 추궁은 못 한다. KBS는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기 전에 경영 실태 자료부터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 타당성을 국민 앞에 증명해야 한다.
셋째, 수신료 인상 검토 작업은 KBS가 아니라 국민이 주도해야 한다. BBC처럼 인원 감축 등 실질적 경영 혁신은 하지 않고, 정치적 독립성까지 의심받는 KBS가 인상 논의를 주도하는 모습은 미덥지 않다. 또 이미 정치화돼 버린 KBS이사회와 방송위원회가 추인한다 해도 검증의 철저성을 신뢰할 국민은 많지 않다.
대안으로 전문가와 시민 대표로 이뤄지는 KBS 재정 검토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독립적인 기구인 이 위원회가 여론조사를 실시한 후 수신료 인상의 논리적 근거에 이르는 모든 요인을 철저히 분석 검증해 공개해야 한다.
KBS는 이 위원회에 자료를 제출하고 출두해서 견해를 밝히면 된다. 그 이후는 법적 절차를 밟으면 된다. 독일에서는 공영방송의 재원 문제를 이와 같은 별도의 독립기구가 우선 검증한다.
미디어 빅뱅이 진행되는 지금, KBS 수신료는 수신료 문제만으로 국한해 검토해서는 안 된다. 또 지금과 같은 정국 혼란기보다는 국가 대계를 논할 새 정부에서 KBS의 미래와 비전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차분하게 논의해도 늦지 않다. KBS는 연말 대선까지 경영 쇄신과 공정 보도를 통해 국민의 신뢰부터 얻어야 한다.
이창근 광운대 교수 미디어영상학부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