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南의 제1당 문전 축객한 北의 ‘민족끼리 詐欺劇’

  • 입력 2007년 6월 17일 2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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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평양에서 끝난 6·15남북공동선언 7주년 기념행사는 파행으로 점철됐다. 북한 당국이 본행사인 ‘민족단합대회’ 때 한나라당 대표의 주석단(귀빈석) 착석을 거부했는가 하면, 남측 기자들에게 취재 차량을 지원하지 않아 기사 전송이 제때 이뤄지지도 못했다. 또 방송용 행사 화면을 멋대로 훼손하고 위성 송출도 방해했다고 한다.

북한은 개막식과 환영 만찬에는 한나라당 대표를 주석단에 앉히더니 본행사에서는 느닷없이 박계동 의원의 주석단 착석을 막았다. “한나라당이 6·15 정신에 반대하고 공동선언 이행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나라당은 50% 가까운 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는 남한의 제1당이다. 그런 정당의 대표를 행사에서 제외시킨 것은 우리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민족끼리’라는 저들의 구호가 한마디로 사기(詐欺)임을 거듭 보여 준다.

‘6·15 정신’ 운운하지만 결국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세력만 모아 놓고 적화통일의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북이 통일전선전술의 일환으로 한결같이 주장해 온 제(諸)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또한 대선을 앞두고 남의 친북(親北)세력에 ‘한나라당 배제’의 메시지를 좀 더 분명히 전달하겠다는 속셈도 있어 보인다. 햇볕정책식의 일방적 퍼 주기보다 ‘상호주의에 기초한 원칙 있는 대북 지원’을 주장해 온 한나라당을 길들여 보겠다는 계산이라면 남한 국민을 얕보는 짓이다.

그런데도 백낙청 준비위원장 등 남측 대표단은 한때 ‘한나라당 배제 불가’를 주장하며 북측과 맞서는 듯하다가 결국 “여야 정치인을 모두 주석단에 앉히지 말자”는 북의 절충안에 동의했다고 한다. 남을 분열시키려는 북의 책략에 동조한 셈이다. ‘초록은 동색’이라더니 북과 남의 친북세력 간에 한나라당 집권을 막기 위한 암묵적인 합작 묵계라도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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