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 판이 기울었다

  • 입력 2007년 4월 30일 03시 01분


백 ○는 잡혔다. 대신 흑 ○ 두 점을 잡았다. 포로의 수로 치면 백의 손실이 크다. 하지만 좌변은 원래 흑진이었던 곳이고 무엇보다 흑 ○를 잡은 중앙 백의 위용이 두텁기 그지없다. “백이 잘 됐는데요. 흑은 좌변도 놓고 따먹어야 하니 맛이 나쁩니다. 앞으로 백이 불어날 집이 많습니다.” 안조영 9단이 전투 결과를 진단한다. 10번째 국수의 탄생이 임박했다는 소리가 조심스레 나오기 시작했다.

백 104도 기분 좋은 끝내기. 참고1도와 같은 수단이 있으므로 흑은 105로 물러설 수밖에 없다. 흑 111, 113으로 젖혀 이은 끝내기는 자체로도 크고 상변을 효과적으로 지키는 수다. 반면을 내려다보는 국수의 얼굴에는 여전히 표정이 없다. 19세의 혈기방장한 도전자를 보면서 15세에 스승을 꺾고 국수에 오르던 과거를 잠시 떠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월 앞에 장사 없고 영원한 승자도 없다.

“묘한 수네요. 백의 두터움을 십분 살리는 빛나는 한 수로군요.” 인터넷 해설을 하는 안 9단이 백 116을 극찬한다. 24분 만에 흑 117이 놓였다. 국수가 마지막 숨결을 불어넣으며 장고한 수다. 손을 빼 참고2도 흑 1로 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백 2에 붙여 차단하는 수가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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