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경제]나는 어떤 ‘외부효과’를 주는 사람일까

  • 입력 2007년 4월 11일 03시 03분


코멘트
일러스트레이션 장수진
일러스트레이션 장수진
올해 중학생이 된 지환이(13)는 학교에 가려면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에 몸을 실어야 한다.

어느 날 정류장에서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 서 있던 아저씨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어라, 고약한 담배 연기가 나한테 오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담배 피우는 것은 결례가 되는데….’ 지환이는 미간을 찌푸린 채 손을 휘휘 저으며 싫은 기색을 보였지만, 아저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저 아저씨는 내가 이 정도 싫은 티를 냈으면 미안한 척이라도 해야 할 텐데, 좋아서 피우는데 뭔 상관이냐는 얼굴이잖아!’

담배 연기를 피하려고 자리를 옮겨봤지만, 어찌 된 일인지 담배 연기는 지환을 따라다녔다.

담배 연기와 ‘실랑이’를 하다 올라선 버스 안. 계속 안쪽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고 얼마쯤 지났다. 이번엔 현기증이 날 정도로 자극적인 화장품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한껏 멋을 부린 누나 때문이었다.

‘저 누나 화장품 냄새, 정말 지독하네. 예쁘게 보이는 것도 좋지만….’ 아침을 먹지 않은 탓인지 속까지 울렁거렸고,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오늘은 왜 이러지. 아깐 담배 연기가 괴롭히더니 이번엔 화장품 냄새네!’

지환은 아침에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곧 잊기로 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다음 날 있을 영어 수업 준비를 마저 했다.

전번 영어수업 시간에 선생님은 영어 동화책을 읽고, 영어로 감상문을 발표하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지환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발표 원고를 영작하고, 매일 조금씩 외워 나갔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가족 앞에서 마지막 ‘리허설’을 했다. 중간에 생각이 나지 않아 머뭇거리고 있는데, 동생 승환이(10)가 힌트를 줬다.

“승환아, 너 어떻게 알았니?”(어머니)

“형이 외울 때 하도 많이 들어서 저절로 외워졌어요.”(승환)

“와! 우리 승환이 대단한데. 그러고 보니 지환이가 동생을 잘 가르쳐 준 셈이네. 지환이가 동생한테 좋은 영어 선생님이 됐는걸.”

부모님의 칭찬에 지환이도 머쓱해서 웃고 말았다. 나름대로 열심히 영어 숙제 준비만 했는데, 결과적으로 동생을 가르친 게 되다니….

▽ 이해 ▽

어떤 사람의 (경제)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의도하지 않은 피해 또는 혜택을 주고도 이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때 경제학자들은 ‘외부 효과’가 생겼다고 말한다.

외부 효과에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부정적 외부 효과(외부 불경제)와 혜택을 주는 긍정적 외부 효과(외부 경제)가 있다.

앞의 사례에서 지환이를 괴롭힌 담배 연기나 화장품 냄새는 담배와 화장품 소비 과정에서 발생한 부정적 외부 효과이며, 지환이의 영어 공부 덕분에 동생이 얻은 혜택은 교육 소비 과정에서 나타난 긍정적 외부 효과이다.

외부 효과는 소비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도 발생한다. 생산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환경오염은 부정적인 외부 효과의 대표적 사례다.

반대로, 생산 과정에서 다른 산업 분야에 파급 효과가 큰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긍정적 외부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여러 가지 정책을 통해 부정적 외부 효과를 억제하고 긍정적 외부 효과를 장려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정부 정책의 핵심은 다른 사람에게 주는 피해나 혜택에 대해서 그 행위를 한 사람이 적절하게 보상하거나 보상받도록 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기업에는 환경세 등을 부과해 피해에 따른 대가를 물도록 하고, 파급 효과가 큰 기술을 개발한 기업에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혜택을 보상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쓰레기 종량제도 따지고 보면 부정적 외부 효과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쓰레기 배출에 아무런 규제가 없다면,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마구 쓰레기를 내다 버릴 것이며, 머지않아 온 세상은 쓰레기 더미로 차 버리고 말 것이다.

쓰레기 종량제는 쓰레기 배출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쓰레기 배출을 최대한 억제한다.

이제 스스로를 한번 되돌아보자.

나는 과연 긍정적 외부 효과를 만드는 사람일까, 아니면 부정적 외부 효과를 주는 사람일까? ‘나’라는 자원은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긍정적 외부 효과를 계발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가?박형준 성신여대 사회교육과 교수·경제교육 전공

정리=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