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마음은 진화하는 컴퓨터…‘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입력 2007년 3월 31일 03시 19분


◇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스티븐 핑커 지음·김한영 옮김/962쪽·4만 원·소소

동양에선 전통적으로 마음은 심장과 연계돼 있다. 그러나 과학적 연구 결과 마음은 곧 뇌다. 우리의 이성적 활동뿐 아니라 감성과 운동까지도 뇌와 연관돼 있음이 명백히 밝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의 주제는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가로 바꿀 수 있다.

인간의 영혼은 백지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그 백지에 무엇이 쓰일지는 양육(nurture)에 의해 결정된다는 전통적 인식에 반기를 들고 타고나는 본성(nature)을 강조한 ‘빈 서판’의 저자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교수는 심리학자다. 19세기에 탄생한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은 마음연구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해 왔지만 최근 그 주도권은 뇌과학으로 넘어갔다. 따라서 심리학만을 근거로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대착오일 수 있다.

다행히 핑커 교수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다. 그는 전통적 심리학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언어학, 컴퓨터학, 사이버네틱스, 진화생물학, 뇌과학의 연구 성과를 종합해 새로운 통찰을 끌어낸다.

그가 1997년 발표한 이 책은 마음이 컴퓨터처럼 작동한다는 ‘계산주의’ 마음이론에 입각해 마음의 작동원리를 설명한다. 곧 마음이 입력된 자극을 정보로 받아들여서 내장된 프로그램에 따라 운동으로 출력하는 기계 닮았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컴퓨터와 똑같다는 소리는 아니다. 마음은 단일한 기관이 아니라 여러 기관으로 구성된 체계이며 인간의 진화단계에서 각각의 상황에 맞춰 각각의 기관이 그때그때 이합집산을 펼친다.

그래서 하나의 중앙연산장치(CPU)에 의해 통제되는 컴퓨터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여러 장치가 통제권을 나눠 갖는 모듈로 봐야 한다.

핑커 교수는 여기에 구조를 통해 원래 설계의 의도를 파악하는 역설계 기법을 적용해 우리가 어떻게 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웃고, 교류하고, 예술을 즐기고, 인생의 신비를 음미하는지를 설명한다. 많은 사람은 기계론적 마음론에는 영적 비약이 빠져 있다고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이란 기계는 인공의 산물이 아니라 자연의 산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비하다는 저자의 차분한 설명에는 분명 심리학자의 섬세함이 담겨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