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찰, 일요일엔 유괴범에도 속수무책인가

  • 입력 2007년 3월 17일 0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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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유괴된 초등학생 박모 군이 포장용 테이프에 입이 막히고 손발이 묶여 산 채로 유수지에 던져져 숨진 것으로 드러나 국민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닷새 만에 범인은 잡혔지만 어린이 유괴라는 긴급 상황에 경찰이 초기에 신속 치밀하게 대처했더라면 박 군을 살릴 수도 있었다고 하니 부모 마음은 어떻겠는가.

경찰은 유괴 사건이 발생한 11일 인천 연수경찰서 자체 인력 등 52명만 소집했다. 유괴사건 수사의 기본인 공중전화 주변 점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러고도 인천 시내 7개 경찰서 형사를 투입해 공중전화 검문검색을 했다고 거짓 발표를 했다. 경찰은 사건이 일요일에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변명이나 하고 있다. 일요일에는 유괴 사건이 발생해도 경찰이 휴무한단 말인가. 긴급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는 경찰이라면 세금으로 먹여 살릴 이유가 없다.

박 군 가족은 11일 오후 2시 57분에 유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는데 경찰이 범인의 협박전화를 감청하는 장비를 설치한 것은 4시간 뒤인 오후 7시였다. 그 사이에 범인은 세 차례나 가족에게 협박전화를 걸었지만 감청이 안 돼 추적을 못 했다. 가장 중요한 초기 대응을 소홀히 해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전화국과 통신회사가 경찰의 긴급 감청 요청을 처리하는 데 3시간이나 걸린 것도 무성의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송도국제도시의 허술한 치안도 주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인구가 2만 명이나 되는 지역의 치안을 순찰차 1대가 담당하고 있다. 주민들은 그동안 경찰과 시청, 구청에 경찰지구대나 폐쇄회로 TV 설치를 요구했지만 묵살됐다.

국가 기강이 곳곳에서 무너져도 세금 많이 쓰는 ‘큰 정부’의 누구 하나 책임을 묻지도, 지지도 않으니 국민 처지만 딱하다. 경찰은 휴일 타령이나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해이해진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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