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記者 무차별 폭행, 경찰청장이 시켰나

  • 입력 2007년 3월 12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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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불법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이 현장 취재기자 10여 명을 무차별 폭행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위험한 시위 현장에 뛰어들어 취재하는 기자들을 보호는 못해 줄망정, 경찰이 작심한 듯 폭행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경찰의 구체적 폭행 내용을 보면 우발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경찰은 기자 신분을 표시하는 완장을 찼거나 방송사 마크가 찍힌 카메라를 멘 기자에게까지 시위 진압용 방패와 곤봉을 마구 휘두르며 폭행했다. 일부 기자는 뒤에서 날아온 곤봉에 뒤통수를 맞았다. 한 기자는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얼굴을 찍혀 다섯 바늘이나 꿰매야 했다. ‘시위 진압에 방해가 되면 기자를 때려도 좋다’는 상부의 지침이 없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

이택순 경찰청장은 최근 전국 경찰서 감사관 300여 명을 모아 놓고 오락실 업주와의 유착 비리로 경찰관 구속자가 늘어난 것을 언론 보도 탓으로 돌리는 상식 밖의 발언을 했다. 대통령의 언론 탓 행태에 편승해 추잡한 비리를 덮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경찰 수장의 평소 언론관이 그 정도이니 일선 경찰관이나 전경들에게 취재기자들에 대한 협조나 보호에 관해 제대로 교육을 시켰으리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좌익 폭력 시위대한테서는 죽봉과 쇠파이프로 얻어맞으면서도 피하기만 하던 경찰이 무방비인 기자들에게는 무차별 폭력을 휘두른 것이 경찰 상부의 기류와 과연 무관한가.

경찰은 취재기자 폭행 사건에 대해 서울경찰청장이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그 정도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경찰 총책임자인 이 청장이 직접 책임을 져야 할 중대 사태다. 기자들을 폭행한 전경들과 지휘 책임자들을 문책하는 조치가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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