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이야기]박지성 매력은 ‘축구에 대한 배고픔’

  • 입력 2006년 12월 26일 02시 56분


박지성은 크리스마스의 특별한 의미를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 사람이 다 됐다. 잉글랜드에서는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 축제가 계속된다. 박지성은 그가 원하는 가장 큰 바람을 이뤄 냈다. 9월 왼쪽 발목 인대 파열로 수술까지 받았던 그가 회복해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유럽의 다른 나라와 달리 잉글랜드는 크리스마스 축제 기간에도 경기를 한다. 팀당 10일간 4경기나 하기 때문에 박지성도 뛰어야 한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의 다이내믹한 에너지와 성실함, 열정을 너무 좋아해 그를 2010년까지 붙잡아 뒀다. 퍼거슨 감독에게 박지성은 맨체스터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박지성은 올드트래퍼드에서 뛰는 유일한 아시아 선수가 아니다. 사상 첫 아시아 선수도 아니다. 맨체스터는 2004년 1월 중국 다롄 스더의 둥팡저우를 50만 파운드를 주고 영입했다. 둥팡저우는 스트라이커다. 벨기에 앤트워프의 폴 비스티오 대변인은 “둥팡저우는 움직임이 크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어슬렁거리는 것 같으면서도 순식간에 골을 잡아낸다”고 말했다.

맨체스터는 앤트워프를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는 구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둥팡저우는 앤트워프에서 2년을 뛰어야 잉글랜드에서 뛸 자격을 얻는다. 올해 21세인 둥팡저우는 이제 자격을 갖췄고 조만간 박지성과 함께 뛴다. 둥팡저우는 앤트워프에서 61경기에 출전해 35골을 넣었다.

일부에선 맨체스터가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서 박지성과 둥팡저우를 영입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력도 안 되는데 뽑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잉글랜드의 영웅 보비 찰턴 경도 둥팡저우의 잠재력을 인정했다.

맨체스터가 박지성과 둥팡저우를 영입하면서 아시아 마케팅을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의 손으로 넘겨진 순간 실력으로 평가 받는다. 박지성은 24일 애스턴 빌라와의 경기에 출전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구단 유니폼을 입고 50경기를 소화했다.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는 기록이다. 게다가 계약 연장까지 이뤘다.

맨체스터는 맬컴 그레이저와 그 아들들이 운영하는 미국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그들은 분명 상업적인 이득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맨체스터는 미국의 가나 출신 17세 유망주 프레디 아두(워싱턴 DC) 같은 선수를 무턱대고 영입하지는 않았다.

아두는 지난달 맨체스터에서 테스트를 받았다. 미국인들의 희망인 그를 잡는다면 맨체스터는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미국의 달러 시장도 자극할 수 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아두를 살펴본 뒤 부드럽고 강경한 목소리로 “미국으로 돌아가 공부를 계속하라”고 했다. 퍼거슨 감독은 아두가 잉글랜드의 빠르고 거친 플레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키와 신체 조건도 박지성보다 못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이 끊임없이 보여 주는 축구에 대한 배고픔, 내적인 열정을 찾고 있다.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정신력이다. 박지성은 사자 같은 정신을 가지고 있다. 아두는 드리블 등 축구 실력은 뛰어나지만 박지성과 같은 열정과 고집이 없다.

아두의 유럽 진출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경기를 이끌어 가는 능력이 좋다. 하지만 워싱턴도 아두의 최적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드에 그를 출전시키지 않는다. 만일 아두가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워싱턴에서도 제 자리를 찾았을 것이다. 아두는 나이키와 미디어의 큰 관심을 끌었지만 이 같은 관심이 어린 그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박지성은 결연한 의지로 부상에서 회복해 맨체스터의 주전으로 돌아왔다. 둥팡저우도 벨기에에서 묵묵히 노력한 끝에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랍 휴스 잉글랜드 축구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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