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 만추의 낙엽처럼

  • 입력 2006년 12월 4일 03시 00분


장렬한 산화(散花)라고 해야 할까. 꽃은 피웠으나 열매를 거두지 못했다. 자욱한 포연 속에 한 치 앞을 분간하기 힘들었던 중앙 전투는 결국 한 수 차이로 백이 이겼다. 흑 ○ 대마가 떨어지면서 대국도 끝났다. 끝은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 법. 뭔가 엮었다고 생각했으나 백의 응수는 정확했다. 이렇게까지 건곤일척(乾坤一擲)의 혈투를 벌여서도 안 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상훈 9단의 입가에 어리는 웃음이 가을바람에 휩쓸리는 낙엽을 닮았다.

이미 승패는 가려졌다. 다만 우상귀 사활은 팬들을 위한 보너스. 초반 백 ○로 맛을 남겨둔 게 이제 말을 한다. 백 166에 흑 167은 다 잡으러 간 것. 물론 고스란히 잡아도 집싸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잡힐 말도 아니다. 정수는 참고1도 흑 1로 늘고 3에 막는 수이나 이것은 백 8까지 패. 패가 나면 더욱 가망이 없다.

백 168을 보자 이상훈 9단이 싹싹하게 돌을 거둔다. 잡으려면 참고2도 흑 1에 치중하고 3으로 젖혀야 하는데 이때는 백 4가 좋은 수여서 이하 10까지 사는 수단이 있다. 다음 흑 A로 따내 봐야 백 10의 곳에 먹여치면 연단수에 걸리는 모양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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