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넉 달 전 ‘뉴딜’ 제안하던 여당, 또 기업 발목 잡나

  • 입력 2006년 11월 27일 2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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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어제 당정 협의를 열고 출자총액제한을 완화하기 위한 합의안을 마련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를 도입하지 말자는 정부안에 대해 반대하는 의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당의 일부 의원은 “정부안(案)은 재벌에 백기투항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얼토당토않은 주장까지 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불과 넉 달 전인 7월 말부터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를 잇달아 방문해 “경제계의 제안을 통 크게 받아들이는 대신 기업들도 투자와 고용에 힘쓰는 ‘뉴딜’을 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김 의장은 출자총액제한제 등 규제를 완화하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적극적으로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계기로 여당과 재계가 경제 회생(回生)을 위해 뜻을 모으는 듯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김 의장의 행보를 못마땅해 하고 여당 안에서도 ‘당의 정체성’ 논란이 빚어지는가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뉴딜 얘기는 슬그머니 들어가 버렸다. 그런 가운데 이번에는 재정경제부가 뒤늦게나마 투자를 살려 보겠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대를 누르고 출자규제를 최소화하는 안을 내자 공정위와 여당이 다시 들고 일어나 재경부를 역공하는 형국이다.

정부 여당이 이런 ‘콩가루 집안’ 꼴을 보이면서 제1야당더러 정치협상을 하자고 하니 야당도, 다수 국민도 냉소(冷笑)부터 하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4년간 국내 투자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일자리 창출도, 소비 활성화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이 민생(民生)에 안기는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장사가 돼야 먹고 살지’ 하는 하소연이 분노로 바뀐 지 오래다.

이런 판국에 대기업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려고 하면 ‘재벌에 백기투항하는 것’이라고 하니 도대체 어느 나라 여당, 어느 나라 국회의원들인지 알 수가 없다. 대기업을 애먹여 결국 서민의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드는 것을 기업개혁이라고 착각하는 ‘반(反)국민적 개혁병(病)’이 여당 정체성의 현주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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