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핵무기는 단독 개발, 아시아경기는 공동 入場

  • 입력 2006년 11월 23일 2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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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제15회 아시아경기대회의 개폐회식 때 남북이 공동 입장하자는 북한의 제안을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북핵 문제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긴 했지만 스포츠 같은 비정치적 분야의 교류와 협력까지 안 된다고 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북의 제안에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에 뒷맛이 개운하지는 않다.

스포츠 행사에서의 남북 공동 입장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지금까지 7차례 이뤄지는 등 관례화되다시피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히 스포츠 차원의 제안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핵실험으로 우리의 뒤통수를 쳐 안보불안을 가중시켜 놓고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손을 내미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은 정치, 군사 관련 문제와 달리 스포츠를 비롯한 각종 민족 관련 행사에는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우리 쪽에 ‘민족끼리’ 의식을 확산시킴으로써 대북(對北) 경계심 희석과 반미(反美) 의식 고취를 노린 전술의 일환이었다. 이번 공동 입장 제안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읽힌다.

이는 북이 핵 문제에 관한 한 우리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데서도 드러난다. 북은 핵 개발이 미국의 적대정책에 대항하기 위한 자위수단이라면서 미국만을 협상 상대로 삼고 있다. 심지어 핵으로 무장한 ‘선군(先軍) 정치’ 덕에 남한이 평화를 유지하고 있으니 고마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이 역시 적화(赤化) 야욕의 비수를 숨긴 채 핵에 대한 남한 사회의 경계심리를 누그러뜨리려는 전략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안보 불감증과 반미 정서가 이토록 팽배한 게 결코 우연은 아니다. 북의 전술전략에 친북 단체들이 들러리를 서고, 정부가 경각심을 갖기는커녕 포용정책을 내세워 도리어 장단까지 맞추는 형국이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스포츠나 핵 문제 할 것 없이 북의 이런 이중성을 정확히 간파하고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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