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패착 같지 않은 패착

  • 입력 2006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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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여기가 포석에서 중반전으로 넘어가는 고개이자 승부의 기로였다. 노타임으로 둔 백 48은 누가 봐도 명당이었다. 흑 대마를 위협하면서 좌변 백진을 부풀리고 있으니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다.

인생처럼 알 수 없는 게 바둑이다. 순리로 여겼던 이 수가 방향착오일 줄이야. 흑이 49로 뛰어나가고 53까지의 교환을 거치자 부지불식간에 흑이 두터워졌다. 문제는 이 두터움이 시야에 잡히는 게 아니라 안개처럼 시나브로 드러났다는 점. 그 두터움은 온 몸에 서서히 퍼지는 독기운처럼 당장 뼈아프진 않았으나 전국(全局)에 영향을 미쳤다.

이후 백은 패착이 될 만한 수를 두지 않았는데도 졌다. 백 48 한 수의 파장이 컸다는 얘기다. 김승준 9단은 “백 48은 50쪽으로 막아 우중앙을 키우는 게 옳았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진시영 2단은 흑 두터움의 위력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백 54는 큰 자리이고 흑 57은 침착한 수이다. 백 58은 시급한 수비. 참고도 백 1이 10집을 웃도는 끝내기이나 흑 2, 4로 가르고 나오면 대책이 없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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