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순서가 바뀌었다

  • 입력 2006년 9월 28일 03시 01분


흑 ○로 갈랐다. 겁나는 싸움이다. 쫓는 쪽이나 쫓기는 쪽이나 느끼고 있다. 여기가 승부처라는 것을. 이렇게 되면 77까지는 필연이다. 백은 줄행랑을 놓는 와중에도 왼쪽의 흑 ○ 다섯 점을 수중에 넣고 보았는데, 문제는 오른쪽 백대마의 생사. 만약 이 대마가 죽는다면 나락 몇 톨 탐내다 볏가리를 몽땅 태우는 꼴이다. 이세돌 9단의 방책은 무엇일까.

백 78로 궁도를 잡으며 포위망을 엿보자 흑은 79에 치중하고 81로 이중벽을 친다. 밖으로 탈출하는 길은 없다. 안에서 두 눈을 내지 못 하면 죽는다. 하지만 발 디딜 공간조차 없는 궁도라 조화를 부리지 않고서는 살 길이 없어 보인다. 백의 조화는 86, 88의 패. 백 72로 배짱을 부릴 때부터 봐둔 구명줄이다.

이렇게 패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면 순서가 뒤바뀌었다. 백 82를 먼저 행사할 게 아니라 참고도처럼 백 1, 3으로 패를 건 뒤 흑 4(○의 곳)로 때릴 때 팻감으로 백 5를 써야 했다. 이것은 백의 선(先)패나 다름없다. 이에 비해 실전은 흑의 선패(89…○의 곳). 공연히 금싸라기 같은 팻감만 축낸 꼴이 아닌가.

해설=김승준 9단 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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