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성공단, 불법 ‘북한 돈줄’ 돼선 안 된다

  • 입력 2006년 9월 22일 02시 59분


통일부가 미국의 금융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우리은행 개성공단지점에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했음이 드러났다. 이 은행지점에는 북한 법인인 개성공단관리위원회의 계좌 4개가 이미 개설돼 있다. 북이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개성공단 계좌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고 보면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다. 자칫하면 개성공단의 모든 금융거래가 국제사회에서 의혹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이 공개한 관련 부처 회의록(3월 7일자)에 따르면 통일부는 북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의 계좌 개설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우리은행에 현명한 결정을 요청한다”며 은행 측을 사실상 압박했다. 반면 외교통상부 재정경제부 국가정보원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고, 우리은행 측도 부정적이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당시에는 금융제재가 일반화되기 이전이었다”고 둘러댔지만 사실과 다르다. 외환은행만 해도 미 대북제재의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과의 거래를 2월 1일 끊었기 때문이다. BDA는 북이 위조 달러를 유통시키거나 불법 자금을 세탁하는 데 이용해 온 은행이다.

통일부는 북 개성공단관리위원회의 계좌 4개가 개설된 사실도 지금까지 감춰 왔다. “관리위원장을 비롯해 위원회 40여 명 중 35명이 남측 인사여서 별문제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이 장관은 “우리가 뻔히 아는 일을 문제시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제3자의 눈에는 북의 편의를 봐주기 위한 불투명한 거래로 비친다.

개성공단 입주 국내 기업들이 외국환 거래 시 한국은행에 신고하게 돼 있는 규정을 어기고 1년 반 동안 우리은행을 통해 현지법인에 불법 송금한 것도 문제다. 정부는 6월 특례규정을 만들어 뒤늦게 이를 합법화했지만 이 장관의 해명처럼 “법과 현실의 괴리로 발생한 사안”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정권의 임기 내에 개성공단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욕심 때문에 법과 원칙을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들기에 앞서 투명성부터 높여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