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효숙 씨 ‘침묵’ 자체가 결격사유다

  • 입력 2006년 9월 19일 02시 59분


코멘트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헌법에 치명적 상처를 입힌 임명 및 동의 절차 때문에 헌재와 국회의 파행적 상황이 계속되는데도 입을 다물고 있다. 지금 헌재소장이 공석이라고 해서 위헌적, 편법적 지명 절차 및 청문회를 그대로 묻어 둔 채 마지막 임명동의 절차인 국회 표결에 들어갈 수는 없다. 헌법학자뿐 아니라 심지어 최근까지 청와대에 몸담았던 인사들조차 지명 절차에 문제가 있음을 다각도로 지적했다. 청와대 측도 사과를 했다.

이제 소수 야당이 설혹 열린우리당에 협조해 전 후보자 임명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그는 헌재소장으로서 헌법적 정통성과 권위를 확보할 수 없다. 헌재 재판관을 지낸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 후보자는 약간의 자존심이 곁들여진 욕심에 사로잡혀 사태의 심각성을 ‘자기중심적으로’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그가 임명 및 동의 절차상의 결격을 정치적으로 미봉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면 이미 헌재소장 자격이 없다.

국가서열 4위의 독립 국가기관장인 헌재소장은 법률상 대법원장과 동급으로서 사법권의 양대 축(軸)을 이룬다. 따라서 민주국가의 3권 분립 이념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헌재소장에게도 적용된다. 헌법재판이라는 기능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도 전 씨가 후보지명권자인 대통령, 그리고 대통령의 권위를 보호하려는 여당의 정치력에 기대를 걸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면 ‘그런 헌재소장’을 과연 다수 국민이 인정이나 하겠는가.

전 씨가 냉정하고 분별력 있는 판단보다는 욕심과 집착이 앞서 위헌적 지명 절차와 헌재의 위상 추락에 눈을 감는다면 이는 국가적 불행이기도 하다. 전 씨는 지금이라도 국회가 정치적 잘못을 더 저지르기 전에 스스로 사퇴하는 게 최선의 길이다. 침묵은 그 자체가 결격사유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