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채민기/수강신청 위해 ‘거래’까지 해야 하나요

  • 입력 2006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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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가면 원하는 강의를 골라서 들을 수 있다.” 입학 전에 가졌던 기대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원하는 강의를 골라서 듣기는 쉽지 않았다. 필수 과목에 수강신청 가능 학점을 모두 써 버리거나, 강의 시간이 겹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수강신청 경쟁이다.

원하는 과목을 신청하기 위한 경쟁은 가히 ‘전쟁’이라 할 만하다. 아침잠이 많은 학생은 수강신청 시작 시간인 오전 7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아예 밤을 새우기도 한다. 많은 학생이 한꺼번에 수강신청 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하는 초반에는 서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학번 뒷자리가 짝수인 학생과 홀수인 학생이 각각 다른 날 수강신청을 하는 방안이 마련됐지만 역부족이다. 시작과 동시에 마감된다고 해서 ‘10초 강의’와 같은 별명이 일부 인기 강좌에 붙는다.

‘성공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에 희비가 엇갈린다. ‘실패한’ 학생은 강의를 듣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교수님의 허락을 얻어 정원보다 많은 학생이 강의를 듣기도 하지만 쉽지 않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최근 수강신청 권한을 ‘거래’하는 글이 등장하기도 했다. 수강 권한을 넘겨주면 자기가 신청한 과목과 교환할 것을 제안하거나 구내식당의 식권 등으로 후사할 것을 약속하기도 한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졸업을 위한 필수 과목, 또는 성적 평가가 후하고 과제물이 적다고 소문이 난 일부 교과목에 많은 학생이 몰리기 때문이다. 한쪽에서 수강생 부족으로 폐강이 되는 현실과 대조적이다. 수강신청도 ‘부익부 빈익빈’인 셈이다.

해마다 개강 전이면 수강신청 전쟁이 벌어진다. 어떻게 보면 편하다고 소문난 과목, 남들이 좋다는 과목을 듣기 위한 경쟁이 아닐까? 이제부터는 정말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 정말 듣고 싶은 과목이 무엇인지 더 깊이 생각해 봐야겠다. ‘원하는 강의를 골라서 듣는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원하는 것을 공부할 수 있다’는 뜻일 테니까.

채민기 서울대 사회학과 3년·본보 대학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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