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원재]‘냉동고’에 한-불관계 얼어붙으면…

  • 입력 2006년 8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11일로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냉동고 영아’ 사건이 발생한 지 꼭 20일이 된다.

납량 공포영화처럼 이 사건은 온갖 미스터리를 남기고 있다. 수사 보름 만에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유기된 두 갓난아이의 부모가 집주인 C(40) 씨 부부라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의혹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정상적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왜 유기됐고 하필이면 냉동고에 보관됐을까. 더욱이 C 씨의 부인 V(39) 씨가 자궁적출 수술을 받아 2003년 12월 이후 임신을 할 수 없었다니 궁금증이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V 씨가 갓난아이들의 어머니가 확실한 만큼 수사의 90%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머지 10%의 수사는 프랑스 당국의 수사 의지에 따라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경찰은 C 씨 부부의 조기 입국을 위한 협조 공문을 프랑스 당국에 전달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

오히려 사건에 대한 의혹이 커지면서 지난달 26일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출국한 C 씨는 최근 가족들과 함께 프랑스에 있는 자신의 집을 떠나 어디론가 잠적했다.

현재 한국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달 28일 입국하겠다는 약속을 C 씨가 지켜주거나 프랑스 당국이 강력한 수사 의지를 보여 주는 길뿐이다.

이 때문에 경찰 관계자들은 수사를 마치고도 프랑스의 눈치를 보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찰은 이례적으로 보도 자료를 한 번도 낸 적이 없으며 “잘못하면 거액의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고 기자들에게 충고 아닌 충고를 하기에 바쁘다.

국제범죄 수사 경험이 없는 경찰의 한계는 이번 사건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경찰은 수사 첫날부터 통역을 구하지 못해 참고인 조사에 시간을 끌었다.

중요 참고인 C 씨의 출국을 막지 못한 사실 때문에 비난을 받자 “외국인 출국정지 업무에 관련된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자료를 냈지만 며칠 후 유관 부서인 법무부가 “규정 때문은 아니다”라고 반박자료를 내 두 번 체면을 구겼다.

프랑스 검찰이 10일 C 씨 부부를 불러 소환조사를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많이 배웠다”는 경찰의 자평이 어떻게 보아도 궁색한 자위로 여겨지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장원재 사회부 peacechao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