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다른 스포츠 동호회]<3>스트리트보드 ‘영건나래보드연구소’

  • 입력 2006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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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프 어때요”국내 최대 스트리트보드 동호회 ‘영건나래보드연구소’ 회원들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에서 멋진 점프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변영욱  기자
“이런 점프 어때요”
국내 최대 스트리트보드 동호회 ‘영건나래보드연구소’ 회원들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에서 멋진 점프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변영욱 기자
회원 9000여 명의 국내 최대 스트리트보드 동호회 ‘영건나래보드연구소’ 회원들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 동호회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삼삼오오 뭉쳐 있는 그들의 발밑에는 보드가 있다. 얼핏 스케이트보드처럼 보이지만 좀 다르다. 세 개의 판이 분리된 채 연결되어 있다. 양쪽 발판의 높이는 가운데 판(크로스바)보다 조금 높은데, 보더들은 이 양쪽 판에 발을 올려놓고 자유롭게 몸을 비틀 수 있다.

스트리트보드는 1980년대 후반 제임스 피셔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학생 서핑 마니아가 ‘땅 위의 파도타기’를 위해 고안한 것으로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보드에 올라타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다리를 ‘갈 지(之)’자로 비틀며 추진력을 얻는 모습이 마치 뱀 같다. 초기에는 스트리트보드를 ‘스네이크보드’라고 부를 정도였다.

○ 점프묘기 등 자유자재… 마치 CF 보는듯

스노보드처럼 양발과 보드를 바인딩으로 묶어 놓으니 자유롭게 온갖 묘기를 부릴 수 있다. 스케이트보드의 고수들도 어려워한다는 ‘알리’(보드 한쪽을 치면서 뛰어오르는 기술), 화단 등 장애물을 보드로 긁으며 뛰어오르는 ‘그라인드’ 묘기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높이 점프해 보드를 잡고 계단에서 뛰어내리는 ‘그랩’ 기술은 CF의 한 장면 같다.

“스트리트보드는 정말 마약 같아요. 마음이 답답하면 보드를 들고 나가는데 땀 한번 흘리고 나면 기분이 진짜 좋아지고 다시 일상에 집중할 수 있거든요.”

영건나래보드연구소 온라인 카페 운영자인 서영현(28) 씨는 스트리트보드 경력 4년차의 고참이다. “스트리트보드는 아주 건강한 취미예요. 컴퓨터 게임은 하다 보면 폐인이 되지만 보드를 하면 심신이 건강해지고 생활이 규칙적으로 변하거든요.”

운동 효과도 크다. 한국스트리트보드협회 사무장인 홍정기(45) 씨는 “스트리트보드만의 독특한 몸동작 때문에 사람들이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한다. 성장판과 척추를 자극해 청소년의 발육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 그 덕분에 스트리트보드는 2004년 문화관광부 청소년 수련 과목에 선정됐다.

○ 청소년 발육에 좋고 다이어트 효과도

또 온몸을 지그재그로 흔들어야 하기 때문에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 이 동호회 회원인 이현우(18) 군은 지난해 2월 보드를 시작해 약 1년 반 만에 110kg에서 30kg을 감량했다고 한다.

유의해야 할 점은 부상 위험이 적지 않다는 것. 180도 점프, 스핀(돌기), 슬라이드, 에어(점프), 스톨(찍기) 등 수십 가지의 고난이도 트릭이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헬멧과 무릎 보호대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고 초보자의 경우 안전한 착지를 하기 위해 발에 바인딩을 묶지 않는 것이 관례다.

일상의 나른함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뱀처럼 움직이고 새처럼 나는 스트리트보드의 세계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와 작성에는 박세미(서울대 인류학과 4년) 대학생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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