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언론자유, 법률로 규제 못한다

  • 입력 2006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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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와 조선일보사 등이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의 위헌성을 주장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마땅하지만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운 생각을 떨쳐 버리기 어렵다. 따라서 적법요건 판단에 대한 반대 의견, 본안 판단에 대한 반대 의견 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은 입법 동기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동아, 조선, 중앙 등 3개 신문을 겨냥한 표적 입법이었기 때문에 위헌임이 명백한 법조항들을 포함시키는 무리를 범했다. 언론의 자유 없이 민주화는 이룰 수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집단들이 민간 민주정부가 수립되자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입법에 앞장섰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자신들의 정치 지향성에 배치된다고 해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발상 자체가 다원주의를 추구하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민주세력임을 자임하는 집단들이 제발 이와 같은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또 한 가지 잘못된 입법 동기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 이론에 대한 맹신이다. 언론의 자유가 사회적 책임을 수반한다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 이론은 자유주의 이론에서는 명확하지 않았던 언론의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러나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핵심 명제는 언론의 자유는 하나의 도덕적 권리이므로 국가가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나머지 도덕적 권리를 법률로써 규율한다는 것은 국가가 민간 영역의 직업윤리까지 규제하는 잘못을 범하는 것이 된다.

사회적 책임 이론을 정립한 ‘언론자유위원회’의 다음과 같은 지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대사회의 복잡성이나 권력의 집중에서 생기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정부라고 하는, 언뜻 보기에 그럴듯한 이론 속에는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험이 깔려 있다. 만일 언론에 내재하는 제반 조건의 교정을 정부에 맡긴다면 국가는 무의식중에 전체주의를 향할 위험이 있다. … 만일 언론기관들이 정부에 의해 통제받는 경우에는 우리는 전체주의에 대한 주요한 안전장치를 상실하게 되고, 동시에 전체주의를 향하여 거대한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 된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관련해 두 가지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하나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의 개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제안하고 싶은 것은 문제가 된 일부 조항의 개정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두 법률을 새로 제정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법률로써 규율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언론의 자유를 신장하는 데 허심탄회하게 지혜를 모으는 입법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면 당연히 해야만 할 일이 아니겠는가. 문제가 된 일부 조항만 손질하면서 언론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려는 기본 발상을 버리지 않는 한 위헌 시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이 기회를 교훈 삼아 언론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충실하게 수행할 자율통제 기능을 강화하는 일이다. 도덕적 권리인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법률로써 강제하려는 시도가 왜 발생했는지를 언론 주체들이 자성해야만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동안 언론계는 스스로 윤리강령과 실천요강을 제정하고 이를 준수할 것을 서약해 왔다. 또한 신문윤리위원회를 설립해 자율적 통제장치도 마련해 놓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언론들은 그러한 모든 장치를 허위 고백으로 만들어 왔다. 만약 이와 같은 상태가 지속되고 주어진 자유에 따른 사회적 의무를 언론 자신이 다하지 않으면서 언론자유를 사사로운 이익의 추구에 오용하거나 남용한다면 정부가 언론 통제의 유혹을 떨쳐 버리기 어렵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만 한다. 더욱 효율적인 자율적 통제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언론계가 앞장서야 한다.

유재천 한림대 한림과학원 특임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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